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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굿모닝 비엣남 Aug 24. 2021

성냥팔이 소녀

컵라면

 서울의 겨울 새벽은 차갑다.  입김이 얼어 붙을 정도록 추운 날씨 하지만 날이 춥다고  그 누구도 출근을 피할 수는 없는 법이다. 갈색 점퍼를 입은 남자가 손에 입김을 불어가며 얼어 붙은 것 같은 사무실 유리문을 열며 이야기를 한다. "병식아 뭐 좀 나온거 있나?" 눈 밑에 검은 자국이 가득한 병식이 답을 한다 "팀장님 출근 하셨습니까? 뭐 특별히 나온 것 없습니다." "사인은?" "동사라고 하네요. 특별한 외상이나 약물 흔적이 나온것도 없고  저체온으로 인한 동사라고 합니다." "신원 파악은 좀 해봤고? 탕비실에 컵라면 남은거 있나? 아침을 안먹었더니 속쓰리네 이거.."  


병식이 책상 아래에서 작은 라면을 하나 꺼내 팀장에게 던진다. "젓가락은 탕비실 가셔야 있을겁니다. 네 신상 나왔습니다. 팀장님이 말씀하신게 맞더라고요. 현장에서 지하철 4정거장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학교 출신 학생이더라고요. 이름이.. 아 팀장님 어디가세요?" 서류를 뒤적 거리며 말을 하는 병식을 뒤로하고 팀장은 탕비실로 걸어간다. "밥 먹고 하자 밥먹고 먹고 살자고 하는 짓 아이가? 날도 춥고 하니 속이 허전해가 안되겠다" 1분도 되지 않아 한손에 컵라면을 들고 팀장이 자리로 돌아와 컵라면을 먹기 시작한다. "팀장님 익히지도 않는 라면이 맛있으세요?" "남의 취향가지고 이래라 저래라 하지 마이소, 아까 읽던 서류나 계속 얽어봐," "아 네 죽은 친구는 현장에서 지하철 4정거장 정도 떨어진  정화여고 출신, 이름은 김혜선, 17세입니다." "다른건?" 


"뭐 특별한건 아직 조사를 안해봤습니다. 특별한 사인이 있는게 아니고 동사라서, 저희쪽에서 이걸 사건으로 봐야하는지도 의문이고 해서요." "사망 추정시각은 언제 정도로 보인데?" "대략 12시반 ~ 1시반 정도로 보시면 될것 같습니다." 


"새끼야 여고생이 열두시반에 유흥가에서 요상한 옷을 입고 얼어 죽었는데 이상하게 봐야하지 않나?" "그래도 특별한게 나온게 없으니까,.." "그건 119 애들이 길에서 얼어죽은 술취한 사람들 신고 받을때 하는 거고, 이건 경우가 아니지, 집에는 연락 해봤어? 주위에 학우 관계랑은?" "학우 관계는 조사중이고요, 집은 아버지랑 같이 산다고 해서 아버지에게 연락 한 상황입니다." 


"학교에 사람 보내서 앞뒤 확인 단단히 하고 아버지랑도 이야기 하고 결과나 정리해서 줘 아버지가 정상 아닐거 같은데 살살 이야기하고 현장 주위에서 뭐 특별히 나온건 있나?"


"CCTV를 체크 하고 있는데 죽은 현장에는 CCTV가 없어서 그 주위로 해서 확인 중에 있습니다." "아니 그동네 그렇게 술집 많고 한데 CCTV가 없다고?" "네 그 골목에는 CCTV가 딱 없더라고요..." "없다이거지.. 그 근처 주위로 해서 확인하고 어떻게 뭐 타고 그자리에 갔는지, 차 탔는지 지하철 탔는지 시간이랑 동선 체크 해서 확인 해라이. 아 그리고 혹시 상호명이 머메이드 클럽, 인어 관련된 업장은 싹다 뒤져서 찾아 보고."


팀장은 병식에게 이런 저런 지시를 하고는 사무실 밖으로 나간다. 평소보다 늦은 겨울 해가 조금씩 머리를 내밀기 시작한다. 밤 동안 담배 꽁초가 수북히 쌓인 정리 되지 않은 재떨이 앞에서 담배를 물고는 품속에서 보라색 성냥을 꺼내서 담배에 불을 붙힌다. 


"엄지야 엄지야..." 팀장은 담배를 입에 물고 조용하 혼잣말을 한다. 이 성냥은 어디서 온 것일까? 그것만 알면 모든건 명료해질 것이다. 하지만 2021년 서울 한복판에 과연 CCTV가 없는 곳이 얼마나 있을까? 새벽 두시 우연히 여고생이 그곳에서 성냥을 돌리다 동사를 하였다. 우연히도...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은 더 이상 우연을 믿지 않는다. 


오늘 아침에 먹은 컵라면을 우연히 병식이 건내 준것일까? 하필 그 책상 아래에 있어서? 아니다. 아침을 쉬이 챙겨먹기 힘든 남자의 배고품을 달래는 것은 어려가지가 있지만 매번 시간에 쫓기는 남자가 가장 쉽게 먹기 쉬운것은 컵라면이고 그래서 병식은 아침으로 컵라면을 주로 먹는다. 우연은 이제 신화와 종교 속의 이야기이다.


팀장은 담배를 끄면서 오늘 내일 오전에는 학교로 출근을 해야겠다고 생각을 한다. 우연히 엄지가 그 시간 그 자리를 지나지는 않았다고 그는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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