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크리스마스 카드

디카시

by 달삣
(부친 카드)

(삼청동선물가게)


크리스마스 이브라고 설렜는데 새벽부터 단수가 되었었다. 구축아파트이긴 하지만 이런 일이 없었는데 큰일이었다.


받아놓은 물도 없어서 생수로 급한 물을 쓸 수밖에 없었다. 두 시간 뒤에 물이 나오긴 했지만 경고도 없이 물이 갑자기 안 나오니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했었다.


생수는 꼭 몇 통이라도 사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지 못하게 황당한 일을 겪을 때마다'죽음도 갑자기 찾아오겠지'하는 생각을 하니 쓸 쓸 해졌다.


그 와중에 돌아가신 아버지의 크리스마스카드가 형제 단톡방에 도착을 했다.


요새는 크리스마스카드도 모바일로 보내는 시대이긴 하지만 그래도 종이 카드가 찍혀있으니 더정겨운 느낌이 들었다.


살아생전 막내에게 보낸 아버지카드를 막내가 간직하다가 다시 형제 단체카톡방에 올린 것이다.

군인이셨던 아버지는

첫째에겐 엄격했지만 막내는 뭘해도 허허실실 예뻐하셨던 기억이 난다.


아버지는 어릴 때 크리스마스이브가 되면 튀긴 닭 같은 음식을 앞에 두고 병정초를 켜고' 보리수겨울나그네'를 부르셨었다.


크리스마스이브의 밤이 짙어지니 아버지의 카드메시지를 다시금 곱씹어본다.


'하나님께 항상 감사하고 검소하라'


아침에 단수사건으로 수돗물은 늘 쓰니 감사한 줄 몰랐는데 갑자기 물을 못쓰게 되니 수돗물에 대해 고마움을 다시 느꼈다.


늘 감사한 것이 많은 크리스마스이브이다.

'메리 크리스마스'

목요일 연재
이전 08화 삼청동 한영수 사진전을 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