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이면 아파트 초입 축대 위로 개나리가 지천인데 슬슬 노란 꽃잎을 떨구고 연둣빛 잎이 나온다.
회색빛 숲 사이로 연분홍 진달래가 피는 봄을 그리 기다려왔건만 오래 머물지 않고 진달래를 시작으로 개나리 목련 지는 것은 비 한번 오고 바람이 불면 아쉽게 사라진다.
사월은 잔인한 달 이라지만 어린 시절에는 사월이 참 좋았다. 어릴 때 사월에 소풍을 많이 갔었기 때문이다.
사이다와 과자와 찐계란을 소풍가방에 넣고 비가 오지 않길 빌었는데 비가 오면 교실에서 김밥을 까먹었다. 그러면 애꿎은 소사 아저씨가 욕을 먹었다.
"용이되서 올라가는 걸 때려잡아 이무기가 돼서 억울해서 우는 게 비가 와서 그렇다는 전설은 빤히 아는 이야기다.
아직 겨울이 묻어있는 알싸한 날씨인데 은색 철 궤짝에서 치마를 꺼내서 타이즈를 입고 엄마가 사준 빨간 리본 달린 에나멜 구두를 신고 소풍을 가면 하늘을 나르 듯한 기분이 들었었다.
종아리를 훑고 지나가는 바람도 알싸한 게 기분이 좋았다.
그 기분을 다시 느끼기 위해 올 사월은 치마 입고 플렛슈즈 신고 꽃길을 걸어 볼까 나하고 플렛 슈즈와 치마를 인터넷으로 샀다. 신발은 신어 보고 사야 하는데 역시 인터넷으로 사는 것은 잘 맞질 않는다.
그걸 신고 장바구니를 들고 시장을 걸었는데 발이 너무 아팠다. 역시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어렵고 회상 속에만 가능한 것인가 싶다.
꽃길만 걷자는데 내가 꽃길로 접어들어야 걷는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하지만 올해 벚꽃길 걷는 것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잠시 멈추어야 한다. 위험한 바이러스가 쌩쌩 달리는 찻길 위 트럭처럼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빨간 신호등이 켜질 때는 안전한 초록불이 들어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벚꽃길은 폐쇄된 곳도 많고 떠나가는 이의 추모 꽃같이 눈물 꽃비만 내린다.
플렛슈즈 신고 걷고 싶지만 플렛슈즈 신을 만큼 발이 얄상하지도 않고 오래 써서 넙데데 해진 발과 상처투성이에 툭 삐져나온 엄지발가락 밑 뼈에게 미안했다.
그저 넘어지지 않고 미끄러지지 않는 기능성 운동화가 최고인 나이가 된 것이다.
계속 꽃길만 걷고 싶지만 꽃은 진다.
요즘은 그나마 신발과 함께 집콕해야 해서 좀 참았다 걸어야 하지만 안전한 초록불이 들어오면 다시 걷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