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무서움의 실체를 들여다보니

사는 맛 레시피

by 달삣

밤 두 시에 잠에서 깨었다.

밖은 비가 소리 없이 내린다.

'부슬 부슬'

화장실 갔다 와서 잠자리에 들었는데 쉽게 잠이 오지 않고 세상은 너무 조용하다.


비 오는 날 밤마다 노래 부르는 아랫층여자애 소리도 안 들리고


'밤비는 소리 없이 내마음 들창가에~~'


신들린 듯 뛰는 위층 꼬마들의 '쾅 쾅' 발자국 소리도 없고 그야말로 몸과 정신이 리셋이 된 순간같이 정신이 맑아졌다.


그런데

고요한 어둠 속에 잠겨있으니 어디서 여인의 한어린 울음소리가 미미하게 들린다. 잘 들어야 한다. 들숨과 날숨 사이서 들려온다.


'흐흑 흑'한 박자 쉬고 '흑흑'


전설의 고향에서 나오는 여인이 생각났다. 칠흑같이 한밤중에 상치른 소복 입은 여인이 사랑하는 이를 잃고 흐느끼는 소리이거나 억울한 일을 당해 잠 못 자는 과부의 울음소리 같다.


무서운 생각이 물밀듯 밀려왔다.

애초에 이런 산으로 둘러 싸인 터놓지 않은 집에는 이사 오지 않는 건데 후회가 되는 순간이다. 십 년 넘게 살았는데 이사와 처음에는 가위도 눌리고 꿈자리도 뒤숭숭하다가 요즘 한동안 잠자리는 평안했었다.


가만히 집중해서 듣기 위해 숨을 참으니 소리가 들리지 않다가 숨을 내쉬니 또 들리기 시작했다.


잘 들어보니 그 소리는 내 숨소리였다. 마른 코딱지 사이에 걸려서 간간히 빠져나오는 숨소리였다. '크흐흑 흑흑흐'나는 피식 웃었다.잠이안와 핸드폰을 켰는데도 웃음이 계속 나왔다


' 이게 더 무서울라나' 한밤중에 깨어 핸드폰 불빛을 보며 웃는 모습이라니 그러고 보니 옛날이야기가 생각났다.


어느 시골 마을에 한 남자아이가 살았는데 하루는 엄마가 야간 자율 학습하는 입시생형에게 도시락을 가져다주라고 남자아이에게 말했다.

"엄마 싫어 형에게 가려면 산길로 가야 하고 거기에는 묘지가 있다고요"

엄마는 거길 지날 때는 달리기를 하라고 했다. 착한 그 아이는 부엉이 우는 그 산속으로 접어들었는데 뒤에서 뭐가 쫓아오는 것 같았다. 조금만 더 가면 묘지도 나오고 해서 전속력으로 뛰기 시작했다. 그런데'퓌이힉'하고 뛸 때마다
하얀 소복 입은 여자가 따라오는 것이 아닌가'까아 걸음아 나살려'하며 총알처럼 달리니 학교 불빛이 어느덧 보이고 교실로 형을 찿아 "형~엉 여기 도시락" 하고 형에게 도시락을 무사히 건네 주니까 형이 한마디 한다.
"넌 옆머리 카락에 웬 밥풀을 묻히고 다니니" 하고 빙그레 웃었다. 하얀
밥풀이 귀신인 줄 알았던 거다

이 이야기도생각나며 무서움 실체는 가만히 들여다보면 불안하고 염려의 과장된 상상이 불러들이는 게 아닌가 생각해 보았다." 공포야 진즉 아무것도 아닌 게 까불었구먼"


낮에 노량진 수산시장에 갔는데 노량진에서 확진자 많이 나왔다는 뉴스를 듣고 뭔가 불안했나 보다. 코로나 시대에 괞쟎은척하고 살았지만 '너 무의식은 떨고 있었구나.' 확진자가 늘어나는 상황이지만 스스로 '괞쟎아 질 거야'토닥토닥 거리며 잠이 다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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