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에게 까인날

사는 날 레시피

by 달삣

비가 출출히 오는 11월 중순 청양 시누이가 보낸 제주도산 유기농 귤 한 박스를 받고 '히히'거리고있다가 귤 하나를 까서 입에 넣었더니 만점짜리 귤 맛이었다. 신맛과 단맛의 조화가 적절해서 '맛님 그분이 오신 거다 '참 맛있다.


이렇게 맛있는 건 자랑하고 싶고 나눠먹어야지 혼자 독식하면 안 될 맛이었다.


당연히 친정 엄마가 생각나서 비가 출출히 오는데도 배낭에 귤을 넣어 엄마 집으로 갔다. 엄마는 문앞에서 서성이며 기다렸다는 듯 깜짝놀라며 (사실 반가워서 겠지만)

"그래 너 마침 잘 왔다" 하며 북어찜 양념한 걸 주셨다. "가서 무좀 넣고 물조금만 넣고끓여" 내가 먹을걸 가져가면 늘 엄마는 뭔가를 더주신다.


돌아오는 길에 동네 도서관을 들렸다.


배낭에 북어찜을 메고 동네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반납하고 산길을 내려오는데 길고양이 한마리가 북어 냄새를 맡고 나를 쫓아왔다. 북어찜 거리를 조금 덜어 고양이에게 주었더니 냄새 한번 맡고 야멸차게 돌아선다.


'아 무안해라'

' 내 입맛이 아니다 냐옹'실망스런

그 모습이 어찌나 황당하기도 귀엽기도 했다. 길고양이들은 불러도 잘 오지도 않거나 멸치 같은걸 주면 잘 먹고 따라오지는 않았었다. '냐옹 냐옹 빨리 먹을걸 달라고 보채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 고양이는 양념한 북어는 먹지 않고 홱돌아서는데 얻어먹는다고 아무거나 먹는 게 아닌가 보다

저녁에 양념된 북어찜을 무를 깔고 지졌다. 나는 맛만 있는데 그 고양이는 뭐가 불만이었을까 하고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파 마늘 고추가루등 강한 양념한 음식은 안 먹는 다는데 길고양이는 늘 허기가 질것이고 아무거나 잘먹을거라는 편견이 깨지는 순간이다.

그러고 보니 나는 상대에게 호의를 베푼다고 생각하는데 상대는 그 호의가 싫을 수 있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생각해보았다.


미안했다 야옹아.

얻어먹는 길고양이도 먹을것은 가린다 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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