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에스프레소를 타고

커피닮은 고양이와 달달구리

by 달삣

'여기가 서울인가 이탈리아인가'


명동성당 앞 노천 에스프레소 바에 앉아 콘빠냐 한잔 마셨을 뿐인데 잠시 그런 착각이 들었다. 어디까지나 착각은 자유 아니던가 뷰가 너무 멋지다.


겨우내 입었던 패딩을 벗을 때가 된 것 같아 여동생과 봄옷이나 한벌 까 하고 명동에 나갔다.


겨우내 춥기도 해서 시내에는 잘 나가지 않았었는데 오랜만에 나간 명동은 코로나 시국이라 장사가 안돼 내놓은 임대 중이라는 상가가 많았다.


그래도 여전히 명동 교자 같은 칼국수 맛집은 마스크 낀 사람들이 긴 대기를 하며 줄 서있다.


점심을 먹으려고 긴 줄 기다리는 게 싫어서 명동 성당 옆 함경면옥으로 갔다.


옛날에는 유명한 함흥냉면 맛집이 이었는데 평양냉면에 밀려서 그런지 사람들이 적었다. 덕분에 편하게 회냉면을 먹었다. 요즘은 이렇게 여유로운 집이 더 밥 먹기에 편한 것 같다.


거리를 아무리 돌아다녀봐도 문닫힌 옷가게들이 많으니 을씨년스럽고 흥이 나질 않았다.


그래도 오랜만에 걸어 다니니 다리가 아파서 쉴만한 곳을 찾다가 명동 성당 근처의 몰또 에스프레소 바로 갔다.


안은 바 형식의 스탠딩 좌석이 있지만 밖에 사람들이 커피와 디저트를 즐기며 봄볕을 쬐고 있었다.


인스타 MZ세대의 핫 플레이스라는데 젊은이들이 줄지어 가는 곳을 따라가다 보니 도착한 곳이었다.


몰또 카페는 에스프레소도 여러 종류가 있었고 무엇보다 명동성당이 정면으로 제대로 보여서 무슨 유럽의 노천카페에 앉아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명동성당 갈 때는 언덕길을 올라가서 건물 가까이 서만 봤는데 조금 멀리 다른 시각에서 보니 다르게 느껴졌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요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문장이 생각이 났다. 건물 자체를 멀치 감치 바라보니 이국적으로 느껴졌다.


'안내해 드릴게요' 하고 직원이 가장 좋은 햇볕 따뜻한 자리로 안내해줬다.


에스프레소 콘빠냐와 에스프레소 쇼콜라를 주문했는데 에스프레소 콘빠냐는 부드럽고 달콤한 생크림이 위를 덮고 있고 쇼콜라는 초콜릿 파우더가 생크림 위에 살짝 뿌려져 있었다.


요 아이들을 보니 '조삼모사' 사자 성어가 생각이 났다. 콘파나 크림의 부드럽고 달콤한 순간이 지나면 쓴맛이지만 고소한 감칠맛의 에스프레소가 기다리고 있고


베이직 쓴 에스프레소를 마시고 각설탕 한 개를 녹여먹으며 쓴맛을 달래는 것은 윗 순서만 바뀌었을 뿐 쓴맛 단맛 감칠맛을 다 똑같이 맛보는 것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 봄에 삼청동 카페에서 서브하시는 분의 '따뜻한 물부터 드릴게요'의 한마디에 얼었던 골짜기 바위에 물이 졸졸 흐르듯 봄을 느끼듯

친절한 미소와 말 한마디에 봄이 오고 있다는 걸 느꼈다.


자리가 따뜻한 이유가 훈남 직원이 안내해줘서만은 아니었다. 밖에 나와도 차갑게 느껴지지 않는 처음으로 느낀 화사한 햇볕이기 때문이었다.


올해도 밖에서 에스프레소를 마시며 쬔 오늘 햇볕처럼 따뜻한 한 해가 됐으면 하고 바래본다.

*이 글은 일주일 전 쓴 글인데 오늘은 꽃샘추위로 아주 춥습니다. 봄날은 거저 오는 게 아닌 거 같습니다

이전 10화 못난이 까눌레와 필레아 페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