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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눈이 내린 날 흰 을 읽다.

작고 못난 사과이야기

by 달삣

폭설이 내린 날 흰 을 빌리다.

한강작가가 노벨상을 탄 후로 도서관에서 한강책을 빌리려니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책을 살 수도 있었으나 좋은 걸 기다리는 재미도 있을 것 같아서 책을 빌려보기로 했다.


사실 한강작가책은 책의 품격이 너무 처연해서 집에 두기가 뭐 한 이유도 있었다.


너무 좋으면 무관심한 척하며 슬금슬금 다가가는 심리가 작용하는 것 같다.


책을 예약하고 거의 한 달이 됐고 11월 폭설이 내린 날 예약도서가 도착됐다는 메시지를 받고 길을 나섰다. 아파트 밖을 나가니

온 세상이 하얗다.


천국이 있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님은 가끔 눈의 꽃을 선물로 주시는 것 같다.


흰책을 세상이 하얀 날에 읽으니 그야말로 몸과정신이 정화되듯 하얗게 된다.


읽은걸 또 읽기를 반복해도 새롭다.


흰 은 시 같은 글이어서 문장이 미려하며 눈물 나게 아름답다.


책에 나오는 내용처럼 다 읽고 나니 하얀 거즈에 소독약 뿌리고 상처를 치유받는듯한 느낌이 좋았다.



활로 철현을 켜면 슬프거나 기이 하거나 새된 소리가 나는 것처럼, 이 단어들로 심장을 문지르면 어떤 문장들이건 흘러나올 것이다. 그 문장들 사이에 흰 거즈를 덮고 숨어도 되는 괜찮은 걸까
-10p-
눈보라
...대체무엇일까,이차갑고 적대적인 것은? 동시에 연약한 것, 사라지는 것, 압도적으로 아름다운 이것은?
-63p-

흰색은 잘난 색이 아닌 화려하지도 않은 수수 섬섬하고 안정감을 준다. 마치 산 자와 죽은 자를 연결하는 것처럼 천사의 연결고리 같은 인상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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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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