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언제나 죽음을 생각합니다

by 인디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된 것은 꽤 오래됐습니다. 죽고 싶어 한다는 말이 아닙니다. 어차피 죽을 몸이니 모든 게 허무하다거나 무기력하다는 것도 아닙니다. 죽어가는 존재라는 것을 자주 인식한다는 의미입니다. 죽음이 가까이 오면 분명 두려워 도망치고 싶겠지만, 오만하게도 저는 죽음이 싫지만은 않습니다. 반드시 끝이 난다고 생각하면 뭐든지 견딜만해지고 끝이 없다면 점점 둔감해지다 끝내 지루해할 평범한 사람이니까요. 죽음의 성질은 되려 빛과 같아 강렬할수록 삶의 그림자를 진하게 했습니다. 저는 하루만큼 다가오고 있는 죽음 덕에 매일의 삶이 더 의미 있다고 믿습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을 따라 병문안을 간 적이 있었습니다. 사고로 몇 년 간 의식이 없으시다가 깨어난 지인 분이셨는데 여전히 거동은 어려우셨습니다. 곁에서 아버지를 간호하고 계시던 셋째 언니는 그림처럼 참 조용했습니다. 15년이 넘는 투병 끝에 그분의 부고 소식이 들렸습니다. 그 언니의 하루는 좀 가벼워졌을까, 저는 살아있는 언니가 먼저 떠올랐습니다. 그러나 얼마 되지 않아 언니도 아버지를 따라갔다고 들었습니다. 저에게 아무도 언니의 죽음에 대해서 설명해 주지 않았지만 저는 오래도록 그 일에 대해서 생각했습니다. 언니는 왜 죽고 싶었을까요?


언니는 사회생활도, 직장 생활도, 개인적인 생활도 별로 없이 간호에만 몰두했습니다. 언니의 아버지는 큰 슬픔이면서도 간절함이고 때론 찰나의 기쁨을 주는, 언니의 세상을 가득 채운 존재였을 겁니다. 무겁지만 익숙한 책임이 덜어지자 언니는 갑작스럽게 바뀐 삶의 무게감에 되려 휘청거렸을지 모릅니다. 이제 삶을 무엇으로 채워야 할지, 나의 존재 가치는 무엇인지 어지럽고 괴로웠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저는 단 한 번 만났던 언니를 그렇게 남몰래 깊이 애도하곤 했습니다.


그 이후 저는 죽음에 대해 생각할 때면 생의 의미라는 말을 꼭 같이 떠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