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신혼8평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케이채 Mar 14. 2022

신혼집은 8평입니다

중요한 것은 공간이 아닌 마음의 크기다

시작은 집이었다.



회사가 원주로 이전하게 되어 8평 짜리 원룸을 구하게 된 그녀의 이사를 도와주기 위해 원주에 갔다. 가을이 서서히 끝나가는 11월의 어느 날이었다. 서울을 떠난다는 삶의 큰 변화가 생기며 내년쯤에는 결혼을 준비해보자고 이야기한 상황이었지만 정해진 것은 없었다. 갑작스레 구하게 된 그녀의 새 보금자리는 8평이라고 했다. 회사에서 정착비를 지원해주는 조건이 있어 더 넓은 집을 얻고 싶어도 얻을 수 없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 남들은 혼자도 겨우 사는 자리니 둘이 살 수 있을리가. 일단 그녀가 자리를 잡고 있으면 훗날을 도모해보자, 그런 생각이었다.



이사날 그녀의 짐을 들고 도착해보니 나쁘지 않았다. 8평에 불과하지만 ‘이 정도면 둘이 살 수 있겠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넓은 집에서 사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야 없겠지만 우리에게 허락된 공간이 이곳이라면 여기서 시작해도 무리는 없겠다 싶었다. 그럼 그녀의 생각은 어떨까? 말도 안된다고 거절하는 것은 아닐까? 아니, 걱정하지 않았다. 9년을 함께한 시간이 있어 나는 그녀의 대답을 이미 알고 있었다. 우리가 함께 할 수만 있다면 어디라도 좋다. 역시, 그녀 또한 나와 같은 생각이었다. 이삿짐을 나르고 텅 빈 방에 앉아서 나눈 그 대화로 모든 것이 결정되었다. 그날에서 우리의 결혼까지 3개월이 채 걸리지 않았다.



부모님들께 인사 드리고 함께 살아갈 준비를 하면서 집을 조금씩 채워나갔다. 처음에는 그녀가 가져온 침대 하나가 전부. 주문한 가구가 오지 않아 한 달 넘게 바닥에서 생활을 했다. 그래서였을까, 8평이라는 공간이 더 넓게만 보였다. 처음에는 아직 서울에서 마무리할 일이 많아 주말 부부가 되었고, 월요일에 그녀가 출근을 할때면 나 또한 버스를 타고 서울로 올라가고는 했다. 이 사진은 그녀가 출근한 뒤 홀로 집을 나서던 풍경을 찍은 것이다. 불과 몇달전 사진인데도 낯설게만 느껴질만큼 지금과는 달라 보인다.



신혼집이 8평이라고하니 놀라는 사람도 있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견뎌야하는 현실.. 뭐 그렇게들 해석하며 동정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나는 설레이는 마음 뿐이었다. 내 인생이 늘 그래왔기 때문인지 모른다. 남들과 똑같이 하면 오히려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느꼈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갈때야 비로소 안정감을 느꼈다. 원주에서, 8평이라는 작은 방에서 우리의 작은 우주를 개척하기로 하면서도 마찬가지의 기분이었다. 백만장자가 돈을 내도 가질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을 하겠구나. 우리만의 역사를 써내려가겠구나. 이 시간을 소중히 여겨야지. 이 경험을 허투로 흘려보내지 말아야지. 그런 생각으로 이곳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을 계획해왔다. 



신혼8평은 그렇게 시작하게 된 프로젝트다. 이곳에서 우리의 신혼 일기를 써내려가보려고 한다. 이 작은 집에서 우리가 만들어가는 행복. 그 많은 이야기들을. 여러분들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 8평에서 나올 이야기가 얼마나 되겠나 의아하실 수도 있지만 지켜봐주시라. 9년을 만났음에도 여전히 매일 서로를 웃게하는 우리의 모습처럼 이곳에서의 시간도 흥미로운 일로 가득할 것이라고 믿는다. 중요한 것은 공간의 크기가 아니라 마음의 크기다.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가 하고 싶던 결혼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