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침대를 쓴다는 것
침대 밖에 없던 집이었다. 사실 처음에는 그녀가 집에서 가져온 싱글 침대가 전부. 두명이 겨우 들어가는 크기인데 우리는 서로 불편할까 옆으로 떨어질듯 바깥 쪽으로 붙어 정작 가운데 공간이 비었다. 그래도 좋았다. 아무리 늦게 일어나도 걸려올 전화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체크아웃 시간에 맞춰 나갈 준비를 하지 않아도 되는. 우리만의 공간에서 우리는 잤다.
둘이 함께 살기로 하면서 침대를 보기 시작했다. 넉넉하게는 킹 사이즈의 침대가 좋겠지만 그러기엔 8평이라는 공간이 너무 좁았다. 그래서 퀸 사이즈로 하기로 했다. 이곳은 왕이 아닌 여왕의 영토이니 더 어울린다고 농담을 했다. 조금 좁으면 조금 더 안으면 된다. 조금 더 상대의 숨소리에 귀기울이면 된다. 새근새근 잠들었을 때 들려오는 그녀의 숨소리는 어쩐지 내 마음에 안정을 준다.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에도 밤이 가진 그런 마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사랑하는 이들이 모두 평화롭게 잠들어 있다는 사실에 안심하게 되는, 밤이 주는 그 포근한 감정에 대해서.
가끔은 그녀가 깨어 있을 때 나는 잔다. 내가 깨어 있을 때 그녀가 잔다. 그녀도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잠들어있는 그녀를 바라보고 있으면 어쩐지 용기가 난다. 세상에 참 힘들게 하는 일이 많다. 하지만 가만히 잠들어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다 괜찮을 것만 같다. 그녀가 항상 이렇게 근심 없이 잠들 수 있는 하루를 위해서, 나는 다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정말 잠이 많은 사람이다. 그리고 매일 영화처럼 긴 꿈을 꾸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곳에 있을때 나는 눈을 감지 않아도 꿈같은 풍경을 본다. 잠을 자지 않을 때에도 꿈을 꾼다. 그리고 그 꿈의 시작은 언제나 함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