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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신혼8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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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채 Mar 11. 2022

우리가 하고 싶던 결혼식

이름만 스몰웨딩이 아니라 정말, 작게. 작지만 따뜻하게.



처음 결혼의 소식을 전한 후 정말 많은 분들이 축하의 메시지를 보내주셨죠.


아래의 글은 식을 마친 후에, 저희의 결혼식에 대해 조금 자세하게 쓴, 결혼식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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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객을 부르지 않고 가족들만 하는 작은 결혼이라 마땅한 장소를 고민했는데, 주례를 맡아주신 신부님이 행주성당을 추천해주셨답니다. 작고 아담한데다 한옥이라서 정말 마음에 들었죠. 인원이 10명 겨우 넘고 사회도 축가도 입장 음악도 없는 저희의 단촐한 결혼에 잘 어울리는 곳이라 생각했어요.



한 개성하는 예술가들도, 장발의 남자 분들도, 결혼식 할 때는 갑자기 머리를 자르고 염색을 지우고 보통 남자가 되시더군요. 저는 결혼이야말로 내가 어떤 사람인지 그대로 보여줘야된다는 믿음이었고 그래서 평소대로 입고 늘 하는 머리를 했습니다. 일반적인 짙은 색 양복도 입지 않았고요. 어른들의 반대가 있었지만, 제 결혼이니까요.



그녀 또한 헬퍼라고하는.. 도와주는 분 없이 혼자 걸을 수 있는 웨딩드레스를 원했고, 직접 여기저기 찾아본 끝에 본인에 딱 맞는 드레스를 고르게 되었습니다. 저희 둘 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 결혼에 있어 저희는 오로지 우리가 원하는 것, 우리의 행복을 최우선시 하기로 했고 그렇게 결혼을 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저는 성당을 다니지 않는데, 그녀가 성당에 다니고 세례를 받아서 성당에서 식을 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저희가 만난 계기가 된 신부님이 계신데요, 그분이 운영하시는 꿈꾸는 카메라라는 NGO 단체에 봉사 활동하러 온 그녀를 만난게 저희의 시작이었기에, 꼭 그분께 축복을 받고 싶었습니다.



반지도 작년에 했던 커플링을 그대로 썼고, 제 자켓도 결혼을 위해 산 게 아니라 원래 가지고 있던 옷 중에서 골랐습니다. 결혼식에 돈 들이지 말고 저희의 작지만 소중한 8평 신혼집에 침대와 가구를 놓는데 돈을 쓰자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결혼식은 하루지만 침대, 가구는 우리 곁에 매일 있으니까요.



사진촬영도 스튜디오 촬영같은 '기본으로' 한다는건 다 하지 않았고, 성당 결혼 당일에만 간단히 촬영했습니다. 사실 식 자체를 안하려고 했는데, 사진이라도 한 장 남기자고 해서 하게 된 것도 있습니다ㅎ 일반적인 웨딩포토를 원하지 않아서 웨딩업체가 아닌, 제 다큐를 찍어주신 분들께 부탁했어요.



스몰웨딩이라고들 하지만 말이 스몰이지 비용은 오히려 더 빅한 웨딩이 많은데.. 저희는 3백도 안되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했지만 무엇보다 저희가 원한대로, 허례허식을 모두 배제했습니다. 그럼에도 초라해보이지않고 아주 멋지게, 진정 저희에게 소중한 분들만 모시고 할 수 있었기에 정말 좋았습니다.



오랜 시간 저희는 이런 식의 결혼을 하고 싶다고 꾸준히 이야기해왔습니다. 그때도 ‘그게 어떻게 가능하겠어?’하는 시선들이 있었죠. 하지만 가능하다는 믿음을 가지고, 그렇게 할거라고 끊임없이 주문을 외듯 반복하면은 말하는대로 됩니다. 되니까 하는게 아니라 한다고 결심하면 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9년의 시간 끝에야 식이란 걸 올렸지만 저는 결혼을 엔딩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희가 평생 함께 하기위한 하나의 과정일 뿐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더 식에 의미를 두고싶지 않았던 것이기도 합니다. 결혼식보다 하루하루 일상의 행복이 더 소중합니다. 기념일에만 챙겨주는 귀한 마음이 아니라 매일 같이 표현하는 흔한 마음으로 사랑해왔습니다. 앞으로도 그러고자 합니다. 산책의 즐거움은 목적지가 아니라 그 과정에 있듯이, 저희는 함께 인생의 길을 걷는 과정을 가장 소중히 여기고 싶습니다.



저희의 모습이 앞으로 결혼을 생각하는 연인들에게 조금이나마 영감이 된다면 좋겠습니다.



축하해주신 모든 분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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