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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성훈 May 08. 2021

월요일이 싫다.

더 놀고 싶어서..


월요일이 싫다. 더 놀고 싶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설득력 있는 방안을 아직까지 모른다. ⁣

월요일이 싫은 이유는 잘 안다. 일하기 싫어서. 왜 일이 싫을까? 성취감이 없어서다. 성취감이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노력에 대한 결과물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아서. 노력한 만큼 보상이 돌아오지 않아서. 기껏 작성한 기획안이 손바닥 뒤집듯 엎어져서. 수행해야 할 업무 내용이 불명확해서. 어떻게 해야 좋은 결과물을 내는지 알 수 없어서. 성취감보다 허탈함을 더 느끼기 쉬운 구조다.⁣

회사는 직원의 성취감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영업 이익을 꾸준히 올리는 게 최우선 목표이자,  달성 확률 낮은 목표다. 중요한 프로젝트를 개인에게 맡겨서 성취감을 주기보다 일을 조각내서 리스크를 낮추는 편이 안전하고 효율적이다. 사무직 노동자는 일의 결과물에서 자신이 기여한 영역과 수준을 정확히 발라내기 어렵다.⁣

성취감을 주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조직도 있다. 바로 게임 개발사인데, 성취감은 직원 개개인이 아니라 플레이어를 향한다. 플레이어의 레벨이나 숙달 정도를 고려해, 어렵지만 달성 가능한 수준의 목표를 제시하고, 명확한 규칙을 인지시키고, 실패와 성공에 즉각 피드백을 제공하는 데다가, 가시적인 결과물을 안겨준다.⁣

슈퍼마리오가 코인을 하나 먹을 때마다 점수가 올라가고, 테트리스에서 블럭 한 줄을 깔끔하게 비우면 기분 좋은 소리와 함께 블럭이 사라지는 그래픽 모션이 실시간으로 보인다. 여기에 성취감이 있다. 아무런 경제적 이득이 없어도 빨려들어가 10시간이고 10년이고 열광한다.⁣

영화 <해리포터>를 매일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만화 <원피스>의 덕후도 정주행 몇 번 하면 지칠 것이다. 하지만 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나 <스타크래프트>는 끝나지 않는다. 인류가 만든 엔터테인먼트 중에 이렇게나 오래 수용자를 붙들어놓는 매체는 게임이 유일하다.⁣

그래서 게임에 중독되는 걸까. 그렇다면 게임은 성취감 제공을 중단해야할까? 문제는 게임이 아니라 현실에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하는 일, 우리가 했던 공부의 구조는 어떻게 짜여 있을까? 불분명하거나 무리한 목표 설정, 부정적이거나 심드렁한 피드백, 눈에 보이지 않는 결과로 점철되어있다. 만약 이것들을 게임의 방식으로 바꿀 수 있다면 어떨까.⁣

게임은 인간의 보편적인 욕망을 실현하는 방식이다. 성취감은 물론이고 타인과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 일의 의미를 찾는 본능, 자기표현 등을 느끼게 하는 시스템이다. 주변의 누군가 게임에 중독되어 있다면 그 게임에서 어떤 감각을 얻고 있는지 관찰할 필요가 있다. 게임 밖에서 같은 감각을 느끼게 한다면 중독은 치료될 것이다.⁣

월요일이 싫고 놀이가 좋다면, 일을 최대한 놀이에 가깝게 만들어볼까. 나 혼자서는 안 되겠지. 우리 회사만 바뀐다고 되는 것도 아닐 거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지에 대한 답은 아직 모른다. 단지 그 힌트가 게임에 있다는 가설을 쥐고 게이미피케이션 뉴스레터를 시작할 것이다. 더 많은 사람이, 더 많은 분야에 게이미피케이션을 적용하는 미래를 잠깐 그려본다. 조직 관리부터 자녀 교육, 서비스 기획, 마케팅 등등…⁣

가끔 일하다가 성취감을 느끼는 소소한 순간이 있다. 다 같이 모여 이벤트 경품을 포장할 때다. 여기엔 명확한 목표와 한자리에 모여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는 연대감과 완성된 포장 제품이라는 가시적인 결과까지 있다.⁣

거창한 보상이 필요한 게 아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몰입할 수 있는 현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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