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의 회복탄력성 높이는 방법’을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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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어려운 상황에 놓였을 때, 스스로를 잘 보살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자신만의 회복탄력성 높이는 방법’은 무엇일까? 회복탄력성(resilience, 리질리언스)은 역경, 시련, 실패를 오히려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 더 높이 튀어 오르는 마음의 근력을 의미한다. 물체마다 탄성이 다르듯이 사람에 따라서도 마음의 탄성, 회복력은 다르다. 나에게 소송은 ‘재난’과 같은 상황이었고, 소송을 진행하든 혹은 하지 않든 각각의 상황에 맞는 마음을 회복하고, 근력을 기르는 작업이 필요했다. 즉, 소송한다면 지치지 않기 위해 스스로의 마음을 잘 보살펴야 했을 뿐만 아니라 패소하더라도 오래 낙심하지 않고 최선 다 한 자신을 격려할 필요가 있었다. 소송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면 충분히 고민해 본 후 내린 제일 나은 선택이므로 스스로 자책하지 말고, 마음의 짐을 덜어내야 했다. 이것은 나뿐만 아니라, 누구나 자신의 마음을 잘 보살피기 위해 고민해 보면 좋은 질문이다.
사건 발생 초기에 했던 실수가 있다. 다름 아닌 과음, 그리고 시도 때도 없이 소송 이야기하기. 내가 아니면 아무도 이 사건에 대해 살피지 않기 때문에 잠깐이라도 틈이 생기면 ‘어떻게 하지? 소송할까? 말까? 왜 하필 나한테 이런 일이 일어난 거지? 저작권 인정받을 수 있을까? 패소하면 어쩌지?’라는 생각을 하고 또 했다. 스스로 무덤을 팠다. 나는 그동안 매우 낙천적인 성격으로 좋은 게 좋은 거로 생각하며 살았다. 게다가 예술을 전공했기 때문에 ‘스트레스받지 말고, 이 순간을 즐기겠다.’는 생각으로 위기를 똑바로 인지하지 않으려 한 적도 있다. 하지만 소송은 달랐다.
소송 준비하는 동안 조급해하지 않기 위해 글쓰기와 함께한 노력이 ‘짧고 긴 기다림에 나를 다양하게 노출’ 시키는 것이었다. 소송을 준비하는 나에게 사람들은 “결국 지쳐서 포기할 것”이라고 했고, 나는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알 것 같았다. 그래서 소송을 결심한 후 ‘지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고 궁리했다. 나에게 맞는 ‘지치지 않는 요령’을 찾기 위해 이런저런 소소한 실험을 했다. 결과적으로 재판 과정을 잘 견뎌냈으며, 재판이 끝난 지금도 나에게 효과적인 ‘스트레스 해소법’이 되고 있다.
입증자료 준비 기간도 힘들지만, 소장을 접수한 이후에도 언제 잡힐지 모르는 재판을 기다리느라 마음대로 여행도 갈 수 없었다. 게다가 재판 과정을 전하며 상세히 이야기하겠지만 내 사건은 ‘재판 하루 전날 오후’에 재판부가 변경되기도 했고, 다 마무리되었다고 생각한 상황에 피고인 대기업이 이의 제기하기도 하며 과연 언제가 끝일지 알 수 없는 상황의 연속이었다. 1심에서 사건이 종결된 나는 아주 운이 좋은 사례다. 대부분은 판결에 동의하지 못해 항소하고, 또 재판을 기다리고, 했던 말을 또 하며 지루한 여정을 견뎌내야만 하는 게 재판이다.
내가 찾은 나의 마음을 회복시키는 방법은 그다지 특별하지 않았다. 집에서 기르는 거북이를 멍하니 1~2시간 쳐다보고, 최소한의 제철 채소로 밑반찬을 만들었으며, 새로운 운동을 배웠다. 그리고 때마침 시작했던 대학원 공부도 큰 도움이 됐다.
예전부터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것은 여러 긍정적인 힘이 있다고 들었다. 물론 이런 긍정적인 효과를 계산하며 키우는 사람보다는 동물의 존재 그 자체에 행복을 느끼며 함께 사는 이가 많다. 우리 집에서도 남편이 거북이를 키우고 있었기 때문에 나도 종종 밥을 주기도 했는데, 소송을 준비하며 머리가 복잡하던 어느 날 아무런 생각 없이 거북이의 움직임을 바라보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1시간이 훌쩍 지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무척 놀라운 경험이었는데, 더욱 신기한 것은 상당히 머리가 맑아지고 마음이 가벼워져 잠을 깊숙이 푹 잘 수 있었다. 그저 ‘많이 컸네? 밥 잘 먹네?’로 바라봤을 뿐인데 말이다. 그 이후 머리가 복잡할 때마다 멍하니 거북이 바라보는 시간을 즐겼다.
집에 오는 길 마트에서 여러 채소를 사서 밑반찬을 만들었다. 직장 다니며 대학원도 다니는 상황이라 집에서 요리를 거의 하지 않았다. 주말마다 의지가 있어 장을 봐도 먹지 못한 채 썩어서 버리는 일이 반복됐다. 그런데 몸은 너무 피곤하고,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소송을 하며 한 생각이 ‘내가 노력하면 노력한 만큼 지금 당장 눈앞에 결과물이 나오는 쓸모 있는 일을 하고 싶다.’였고, 제철 채소로 밑반찬 만들기보다 돈도 많이 들지 않고, 쉽고, 쓸모 있는 작업은 없었다. 게다가 블로그에 친절하게 설명된 내용을 보며 ‘누구를 위해 이렇게 정성껏 기록을 남겼지?’ 생각했는데 나도 소송에서 이기면 이 경험을 정성껏 공유해 보겠노라 다짐했다. 엉뚱할지 몰라도 지금 이 글이 그 다짐의 결과물이다.
스스로 트라우마를 가진 일에 도전했다.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 생각하며 시작했다. 어린 시절 바다에 빠져 죽을 뻔한 적이 있어서 물에 대해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수영을 배울 엄두도 내지 못했는데, 재판이 시작된 6월 말부터 2개월 동안 수영장을 다니며 할 수 있는 만큼 몸을 피곤하게 만들었다. 기분 좋은 피곤함이었다. 결코, 잘하는 것이 아님에도 새롭게 시작한 운동 덕분에 다른 종목도 도전해봐야지 생각했고 지난 12월에는 평창동계올림픽을 보며 한 번쯤 꼭 배워보고 싶다고 생각한 스키도 배웠다. 어느덧 30대 중반에서 후반이 되고 있는데 더 늦기 전에 나에게 맞는 운동을 찾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몸을 피곤하게 만들어 잠을 푹 잘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운동인데, 트라우마도 극복되고 새로운 취미도 생긴 것이다.
그리고 새롭게 공부를 시작한 것도 큰 도움이 됐다. 피고인 대기업과 내용증명을 주고받던 중, 나는 대학원 합격 소식을 들었다. 1~20대 예술만 하다 보니, 30대가 되어 공부에 대한 갈증이 커졌고 지속적으로 불평등과 노동에 관한 연구를 이어 나가기 위해 사회과학 연구방법론을 배우고 싶어 대학원 시험에 응시했다. 다른 학과 수업도 들을 수 있었는데 당시 내 눈앞에 놓인 ‘소송’이라는 현실에 안주해 끙끙거리던 상황이라 ‘좀 더 크고, 불가능에 가까운 담론’을 배워보고 싶어 ‘북한학’을 부전공으로 선택했다. 당시 2017년 9월은 남북관계가 너무 좋지 않았는데, 내 지인들은 나를 ‘안 되는 일만 골라하는구나’라는 눈빛으로 안타깝게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2018년 남북관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고, 소송은 이겼다. 중요한 것은 공부를 통해 당장 통일을 논의할 수 없다는 것을 매우 잘 알게 되어 흥분하지 않고 공부하는 중이고, 소송 역시 나의 사건 판례로 인해 작은 변화가 생기기는 했지만, 아직 갈 길이 구만리이기 때문에 문화예술인에 대한 사회적 인정을 위해 더욱 큰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노력 중이다. 불확실한 시간을 걸어본 덕분에 공부가 힘들어도 할만하다.
소송을 준비하며 우울해하거나 낙담하기보다는 그 어느 때 보다 열심히 살았다. 마음의 우울을 달래기 위해 몸을 피곤하게 만들기도 하고 머리를 바쁘게 움직이기도 했다. 지금 싸움을 결심한 사람이 있다면 소송에 지나치게 몰입하기보다 삶의 다른 소소한 재미들을 ‘크고 작게, 혹은 길고 짧게’ 찾아보길 권한다. 동물이나 식물을 키우거나, 요리책 한 권을 정해서 평소 안 먹어 보던 음식도 만들어보고, 달리기라도 하며 몸을 피곤하게 만들면 잠도 잘 오고 좋다. 새로운 공부로 복잡한 머리에 새로운 틈을 만드는 것도 효과적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나의 평온을 위해 스스로에게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노력해보는 것이다. 그래야 마음의 힘이 길러지고 상처가 빨리 치유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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