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식이 달라질 뿐,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제 오전 학부모님들을 대상으로 [인공지능 시대, 자녀에게 무엇이 중요할까]라는 주제로 강의를 하고 왔다.
인터넷을 조금만 뒤져보면 수많은 전문가들로부터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을 텐데, 비 오는 날 굳이 시간을 내서 참석해 주신 분들께 감사했고,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고 다녀왔다.
강의를 준비하면서 수많은 생각들이 떠 올랐다.
인공지능이라는 테마 하에서 기술보다는 자녀를 양육함에 있어 인공지능이라는 것을 어떤 관점으로 봐야 할지가 먼저 중요하다 생각했다. 지금의 부모세대는 인공지능을 바라볼 때 당황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맞는 것 같다. 학교에서 배워본 적도 없는데, 무척이나 갑작스레 인공지능이 우리를 감싸고 있다 보니 자녀에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가이드를 해줄 말이 없다. 마치 스마트폰이 출현했을 때 그들의 부모세대가 마주했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이 틈을 파고들어 각종 사교육이 부상하고 잘못된 정보들을 마치 사실인 양 떠들도 다니는 곳도 생겨난다. 아직 완전히 안착되지 못한 상황에서 교묘한 상술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은 때로는 화도 나지만 인간이기에 그렇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가기도 한다.
가장 먼저 인공지능을 [일상을 살아갈 때 필요한 도구]라고 정의했다. 또한 이것이 맞다고 믿는다. '불, 바퀴'와 같은 도구가 발명 (또는 발견)된 이후 인간의 일상이 크게 변화했던 것만큼 그와 같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도구라는 것이었다.
결국 인공지능이라는 도구의 기능을 목적대로 잘 활용할 것이냐와 윤리적으로 올바르게 사용할 것이냐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하면 질문하는 역량과 리터러시 역량이다.
질문을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 리터러시 역량을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첫 번째가 독서다. 그래야만 무엇이 문제인지도 무엇이 문제점인지도 파악할 역량도 높아니다. 문해력도 높아지고 비판적 사고력도 향상된다. 자주 발생하는 할루시네이션에 의한 여러 가지 문제들도 예방할 수 있다. 또한 사회적인 문제도 일으키지 않게 된다.
결국 인공지능 시대나 그 이전의 시대와 본질은 변한 게 없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과 적용대상에 변화가 이어 났을 뿐이다.
입시를 목표로 살아가는 학생들이기에 부모의 역할 중 가장 첫 번째는 자녀에 대한 인정과 지지이다.
어느 유튜브 영상에서 뇌과학자 한 분이 이야기하기를 "우리 뇌 속에 나와 다른 사람을 인지하고 구별하는 영역이 있는데 이 간격이 가까워질수록 나와 동일시하게 된다. 그 대표적인 예가 엄마인데 엄마와 나를 동일시하게 되면 내 마음대로 안 움직여주니까 자꾸 충돌이 생긴다"라고 말했다.
어디까지나 개인적 판단이지만, 부모와 자식 간에 적당한 거리는 필요한 듯하다. 내 자녀의 성향을 바라보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인정이다. 그리고 자녀의 생각과 행동에 지지를 보내는 것이 시작이다. 그래야 자녀는 부모로부터 받아야 할 욕구를 충족하고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이 부족하면 감정과 행동이 잘못된 방향으로 표출되기 쉬워진다. 그리고 또 중요한 것이 부모 역시 자녀를 동일시하지 않아야 한다. 부모는 자녀가 스스로 독립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 잔디깎이 부모가 되지 않아야 하며, 자녀를 인정하고 지지하되 어긋난 언행이 있다면 제지해야 한다. 스스로 조절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사람이기에 맘처럼 완벽하게 될리는 없다.
때로는 내려놓는 것도 필요하고, 부모가 완벽해지라고 강요하면 주눅이 들거나 완벽하지 못하니까 머릿속에 생각만 가득할 뿐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완벽해질 수도 없으며 완벽해질 필요도 없다. 자녀 스스로 생각하고 이행할 수 있는 울타리가 필요하다. 자녀에게 울타리가 없다면 방황하고 울타리를 넘어설 것 같다면 그때 제지하고 가르치면 된다. 그 울타리 역시 '무엇을 해야만 돼'라고 강요하기보단 '이것 만큼은 하지 마'라는 네거티브로 접근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래야 자유롭게 생각하고 건강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자녀와 부모 모두 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하지 말아야 할 것도 너무 많다.
그 속에서 모두가 행복해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자주 대화하고 서로를 긍정하고 따뜻하게 바라봐 주었으면 좋겠다. 나 역시 그런 부모가 되기를 다시 한번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