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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JEONG Jul 29. 2024

김민기를 떠나보내며...

진정 어린 사람이었던...

술자리에서 우리는 세상의 거의 모든 연예인들을 두고 (때로는 정치인도, 작가도...) 존칭을 쓰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저 이름 석 자로 부르면 그나마 존중하는 것이고 때로는 그 XX처럼 상스러운 말을 붙이기도 한다.


김민기


이 이름 석 자를 두고 이처럼 그를 부를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아니 비중은 얼마나 될까. 


내가 이 이름과 그분의 노래를 알게 된 건 초등학생 시절이다. 노래가 좋고 음이 높지 않아 부르기도 편했던지라 초등학교 6학년 졸업을 앞둔 시점 학예회에서 멋들어지게 '아침이슬'을 불러재꼈고 난 1등을 했다. (상품은 아마 과자 한 봉지였던 것 같다) 물론 내가 그 가사의 의미를 이해하고 부른 것은 아니다. 말했듯이 그저 부르기 편했던 탓이다.


세월이 흘러 그분에 대한 인간적인 호감이 생긴 건 어느 날 '김민기'라는 제목의 책을 접했을 때다. 그분의 인생이 적혀 있고, 그분에 대한 다양한 내용들이 깃들어 있다. 조카가 그린 그분의 모습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그분의 노래와 그분이 만든 작품들을 많이 접해보려 노력도 했더랬다.


사는 것이 바빠서 머릿속에서 잊은 채로 지내던 중, 우연히 술자리에서 옆 테이블의 대화가 귀에 들려왔다. 


"김민기가 암 이래. 얼마 안 남은 거 아닐까?"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김민기 선생이나 대표도 아니고 그냥 김민기라고 부르네?

             그분이 암에 걸렸다고?

             생이 얼마 안 남을 정도로 심각해? 만약 그분이 죽으면 세상은 뭐라 이야기할까?


그래. 공식적인 자리도 아니고 하니 김민기...라고 부르는 것은 이해한다 치자. 그래도 뭔지 모를 대신의 미안함이랄까... 그분을 단순히 이름 석 자로 부르는 것에 대한 불편함이 생겼다. 그분을 그렇게 부르는 건 명확 한 이유를 설명할 수 없지만 그래서는 안될 것만 같았다.


그런데 그분이 암이라고? 얼마 안 남았을지도 모른다니.... 우리가 사랑하고 열광하는 연예인, 작가 등등은 정말 화장실도 안 갈 것 같고 평생 내 머릿속에 존재하는 그 모습 그대로 영원히 살 것만 같은데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내 머릿속의 그분은 스스로 정치에 휘말리고 싶지도 않고 그럴 의도도 없었던... 그저 그 시대에 살아가는 젊은이가 자기의 떠오르는 감상을 자기가 좋아하는 노래로 표현했건만, 그것을 누군가가 부르고 부르며 그들의 목적과 목표를 위해 활용하면서 마치 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터진 것 마냥.... 그렇게 어쩔 수 없는 고통과 제약을 당할 수밖에 없었던.... 오히려 타인들로부터 위로를 받아야 마땅한 사람이었다.


7월 21일 그분이 이승을 떠나갔다. 


보내고 싶지 않지만, 인간인지라 이별을 막을 수는 없지만, 73세의 나이는 아직 이른 것임에는 틀림없다. 그래서 그분에게 감히 위로의 마음이나마 작게 전달하고 싶다. 고맙고, 미안하고... 너무 많이 애써줘서 그래서 조금이나마 좋아진 세상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할 수 있도록 해줘 너무나 감사하다고 말이다.


문득, 그분을 어떤 사람이냐고 정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수라 칭하기도 어렵고 단순히 뮤지컬 연출가 등으로 지정해서 표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도 가능한 것이 있다면 그저 세상이 더 좋아지기를 바라며 노래라는 수단으로 연주와 연기를 덧붙여 그 바람을 표현한 진정 어린 사람...이라 표현해야 하지 않을까.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계속 감사해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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