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관점도 중요하다.
2009년 첫아이를 낳았다.
세상 그 무엇에 이 아이를 비교할 수 있었을까? 그렇게 시간이 흘러 의사소통이 되고, 혼자서 숟가락 젓가락을 사용하며 밥을 먹을 수 있게 되었고, 혼자서 화장실에 가고 손도 씻을 수 있게 되었다. 그게 5살쯤이었던 거 같다. 아내와 나는 이 아이의 교육에 조금 더 신경을 쓰고 싶어졌다.
아내와 나의 관점은 우선 한 가지였다. 이 아이가 어떤 사람으로 자라기를 바랄 까였다. 그래서 결국엔 스스로 독립할 수 있을 만큼 지혜로운 사람,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사람이 되기를 바랐다. 이 바람을 가지지 않은 부모는 세상에 없을 것이었다.
아이가 어떤 아이인지를 알고 싶었다. 그래서 아내와 나는 미술 학원에 아이를 보냈다. 흔히 미술 학원에 다닌다고 하면 창의력을 기르기 위해 다닌다고 생각하지만 우리의 관점은 좀 달랐다. 아이가 만들거나 그려오는 작품들을 보면 아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부터 어떤 성향을 가진 아이인지 알 수 있을듯했다.
우리의 예상은 맞았다. 아이는 전투기, 탱크, 군인을 좋아하지 않았다. 자동차는 좋아했지만 가장 빠른 자동차나 가장 큰 자동차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편안한 자동차, 디자인이 좋은 차와 같이 평소에 가지고 있었던 생각과 느낌들을 그대로 표현했다. 자전거 바퀴도 동그란 바퀴가 아닌 세모, 네모 모양으로 만들고 그려냈다. 또래의 여느 남자아이들은 탱크를 만들어 가지고 놀고 전투기로 전쟁놀이를 하기 바쁘기 일쑤지만 우리 아이는 달랐다. 솔직히 이런 성향을 보이는 것이 왜 그런 것인지, 부모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아 그런 것인지는 잘 몰랐다.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되지도 않았다. 그저 이 아이는 이런 성향과 기질을 가진 아이로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된 것에 만족했다.
그리고 3년 뒤 둘째가 6살이 되던 해, 둘째도 함께 같은 미술 학원에 보냈다. 둘째의 성향은 첫째와는 달랐다. 군인과 전투기, 탱크, 군함을 만들고 삼국지 만화책에서 본 청룡언월도를 만들어 직접 자기가 그 사람이 된 마냥 가지고 놀았다. (장난감 사주는 비용이 줄었다는 것은 덤...) 큰 아이와 다르게 똑같이 만들고 똑같이 해 봐야만 하는 아이였다. 같은 뱃속에서 태어났지만 이렇게 두 아이는 다르다.
이제부터 부모의 역할이다.
두 아이들을 키우며 가장 지키기 어려웠던 것은 '다르다'라는 관점이었다. 부모의 입장과 부모의 기준에서 아이들을 바라보면 분명 작품을 그렇게 만들고 그려서는 안되는 거였다. 틀린 거였다. 사람 얼굴의 2/3를 치아로 그려내거나 자동차의 바퀴를 네모로 만들면 안 되는 거였다. 하지만 나와 아내는 그것을 '다르다'라는 관점으로 바라보려 무던히 애를 썼다.
틀렸다 와 다르다.
O/X냐 아니면 another의 관점이냐의 차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주변의 사물이나 친구들의 행동을 보고 "아빠! 내 친구가 오늘 유치원 수업 시간에 선생님 말 안 듣고 소리를 질렀어!!"라는 말을 할 때면 " 왜 그랬을까? 마음이 좀 불편했겠다. 그런데 그 친구는 왜 그렇게 했을까? 혹시 자기 생각과 선생님 말씀이 달라서 뭔가 불편했던 거 아닐까?"라며 한 번 더 생각해 볼 기회를 주고자 했다.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다른 친구들의 수업 듣는 거에 방해가 되는 건 잘못된 거니까 내일 조용히 한번 이야기 나눠보면 어떨까"라며 이해하고 인정하며, 당사자와 대화할 수 있는 기회도 만들어 봤으면 했다.
물론 의도대로 100% 다 된 건 아니었지만, 선생님들의 말씀을 통해 그래도 어느 정도는 효과가 있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됐다.
아이를 이해하고 양육하는 방법에는 사실 정답이란 없다.
전문가들을 통해 교정은 될 수 있고, 배울 수는 있지만 똑같이 적용될 수는 없다고 믿는다. 그래서 나의 경우는 미술을 통해 아이를 이해하게 됐고, 아이가 스스로 독립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균형 잡힌 시각과 지혜를 배워나가길 바랐다. 지금도 역시 그 작업은 진행 중이다.
지난 주로 아이들의 미술학원 수업을 마쳤다. 10년 동안의 동행이었다. 미술학원 비용 역시 만만치 않았지만 결코 헛되이 쓴 돈은 아니었다. 이 순간에도 우리 아이에 대해 잘 모르겠다거나 하는 부모가 있다면 내 경험상 미술을 적극 추천한다. 다만, 꼭 미술이 아니어도 아이의 성향을 파악해 볼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상관없을듯하다. 글쓰기, 음악 등등도 좋을듯하다.
그리고 우리 부모님들의 중요한 관점과 생각이 무너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가는 길은 다를 수 있어도 어디로 가야 할지만 명확하다면 그리고 변하지 않는다면 분명 좋은 아이들로 자랄 수 있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