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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림 Apr 04. 2022

안이희옥《버지니아 울프가 결혼하지 않았다면》

폭력의 기억을 품고 살거나, 방관하고 산 사람들에게.

요즘 나는 예전에, 내가 태어나기 전 여성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나의 엄마와 비슷한 나이의 여성들 이야기. 공부를 많이 할 수 없었던, 그래서 돈을 버는 일을 빨리 시작해야 했던 여성들과, 대학에 진학해 학생운동을 하거나 사회로 나와 노동, 사회운동을 하던 여성들에게 같으면서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 폭력의 이야기. 그 이야기를 품고 살거나, 방관하고 산 사람들이 공존한 시대.


성폭력 경험을 적은 소설이나 산문의 리뷰를 찾아 읽어보면 가끔 ‘요즘 세상에도 ‘라는 의문이 묻어있는 글을 읽게 된다.이해할 수 없다, 도움을 청할 수 없었나, 가능성을 열어놓은 질문들. 그런 글을 읽을 때면 답답하고 불편했다. 소설 끝에 실린 작가의 말에서 비로소 내 감정에 대한 답을 찾았다.


“그보다는 비판조차 않으려는 사람들, 특히 남자도 아니면서 성폭력의 아픔을 이해하지 않으려는 여자들에게 몹시 서운함을 느낄 것이다. 그 건강하고 운 좋은 여자들은, 난 피해를 입은 적이 없어 하고 자신 있게 말하면서, 상처 입은 여자들의 분노를 강 건너 불 보듯 할지도 모른다. 아니, 내 남편, 내 아들을 위해 피해자 여성을 오히려 비난할 수도 있다. 그들은 유명 인사의 성추행 사건을 용서하라고 시끄럽게 전화를 거는 무리들일 수도 있다. 피해자 여성에게는 죽음과도 같았을 성폭력 사건을 그들은 '남자가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넘어가려 한다. 가해자인 남성들에게는 너그럽고 피해자인 여성들에게는 각박하기 짝이 없는 그런 분위기 속에서 성폭력 사건은 번번이 적당히 무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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