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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rah Apr 23. 2024

휘파람이 절로 나온다

난 나랑 있는게 제일 좋아

아따라 참, 얼마만의 여유인지 굉장히 행복하다. 샤워를 하고 음악을 크게 틀어놓았다. 길지도 않은 다리를 책상에 올려놓고 발가락을 까딱거리며 폰을 들고 끄적인다. 역시 나는 온전하게 나를 마주할 때가 가장 즐겁다. 지금 나의 우니히피리는 좋아가 난리가 났다. 이 기분을 완벽히 기록할 수는 없겠지만 생각이 나는대로 막 주깨고 싶은 순간이다.

사람들은 나를 극E로 여기지만, 나는 바깥보다는 내면에서 에너지를 받고, 한번 박터지게 놀고 나면 일주일은 근신해줘야 마음이 편해지는 사람이라서 단체생활을 격하게 꺼린다. 그런 내가 보름간 북적대고 바쁜 분위기 속에 지내야했다. 내한테만 집중하며 사는 인간이라 그 계획들이 부담스럽기도 했다. 오래 유지되던 루틴이 올스탑되고, 고요하고 느긋함이 없는 생활은 반갑지가 않았는데, 나는 또 키키덕거리며 사람들을 웃기고 앉았다. 막상 닥치면 그렇게 또 적응하고 잘 놀긴 하지만 계속 그렇게 살래라고 물으면 절대 아니올시다. 나는 나를 가장 아끼고 사랑하며 독신생활에 최적화된 인물이기 때문이다.

요즘엔 즐거움이 없고 허무를 느끼거나 우울한 사람이 너무 많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내가 보는 원인은 한가지 뿐이다. 그들에겐 자기애가 없다. 자신에게 관심과 사랑이 있는 사람은 절대 불행할 수가 없다. 형편없는 얼굴과 듬성듬성 비어있는 머리를 갖더라도 자기 사랑이 없는 사람은 인상이나 쓰면서 방치할 것이고, 사랑이 있다면 더 다듬고 가꾸려 할 것이다. 마음도 마찬가지이다. 속은 썩어가는데 계속 외면하고 누르기만 하는 것은 자기 유기나 다름이 없다. 반면 자기애가 강한 사람은 누가 귓전에 쌍욕을 박아도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수 있다. 내가 고작 너의 말 한마디에 함부로 흔들릴 것 같으냐 하는 마음을 가졌기에 가능한 일이다.

전쟁이 나고 세상이 난리 부르스를 추더라도 나의 우주를 고요하고 평온하게 만들 수만 있다면 바주카포 소리도 신나는 비트처럼 들릴 것이다. 사람이 행복해지려면 내가 나로 태어난 것에 감사하며, 내가 나인 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무한한 사랑을 자신에게 미친듯이 퍼부어야 한다. 가장 친하고 좋은 친구는 나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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