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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장장 Oct 20. 2021

013. 전시, 두 방문객 ; 김자혜 최승윤 한지민



 한창 뜨거웠던 여름 단골손님이 파랗게 물든 최승윤 작가의 전시를 추천했다. 흰 캔버스 위에 펼쳐진 굵은 붓터치가 인상적이어서 나도 모르게 멋있다는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그 반응에 실제로 보면 정말 멋있으니 기회가 되면 꼭 보길 바란다고 했다. 40도에 육박하던 여름의 뜨거움을 뚫고 푸른 전시장을 찾았다. '고요한 곡선'이라는 이름으로 채워진 차가운 파랑의 캔버스에 마음이 뺏겨 바로 다음 주면 끝이 나는 전시의 마지막 날 또 한 번 찾아 작품을 관람했다. 



 내 마음을 가장 사로잡은 건 가득한 파란색의 향연들 사이로 자리 잡은 단 한 번의 붓 길로 완성된 작품이었다. 큰 세로 캔버스를 가로지르는 단 한 번의 붓터치. 전시 마지막 날임에도 아직 판매되지 않은 이 작품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내가 구입하고 싶다고 느낄 만큼 강렬한 작품이었다. 당분간은 그럴 수 없을 테니 작가님의 작품, 특히 이 작품을 볼 수만 있다면 작가님의 전시를 일부러라도 찾아야 되겠다고 결심했다. 





 최승윤 작가님이 민음사의 책과 함께 하는 전시가 열렸다. 두 방문객이라는 장편소설과 함께 열리는 전시였다. 표지와 내지에 들어간 그림과 어울릴만한 작품을 공모해 열린 전시라 생각했던 것보다 더 단출한 규모로 열리고 있었다. 오전부터 열린 전시지만 늦은 오후가 되어 도착한 내가 첫 방문객일 정도로 조용하고 아담한 전시장이었다. 


 이전에 공간 가득히 채우던 것과 다른 전시는 최승윤 작가님의 작품을 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방문하기에는 아쉬웠지만, 함께 참여한 두 작가님의 작품이 다른 분위기로 존재감을 내뿜고 있어 표시된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기도 했다. 세밀하게 깎아낸 한지민 작가님의 판화의 세밀함을 깊이 들여다 보고 감탄하기도 했고, 세상이 투영된 듯한 김자혜 작가님의 세계도 인상적이었다. 


 특히 전시장을 함께 채우고 있던 책의 문구들이 그림뿐 아니라 책에도 호기심을 가지게 해 내용도 보지 않고 문구에만 끌려 읽어봐야겠단 생각을 하게 했다. 다양한 콘텐츠 안에 가만히 앉아 책을 읽을 여유가 없어 책을 제대로 읽어낸 것도 언젠지 까마득하다. 독서의 계절, 가을을 핑계 삼아 오랜만에 책을 읽어 봐야겠다. 




 전시장의 책 문구를 옮긴다. 


세상에는 오른손잡이가 있으면 왼손잡이가 있다. 

검정색이 있으면 하얀색이 있고, 빨간색이 있으면 노란색이 있고 파란색이 있다. 저마다의 색들은 '저마다의 색' 이 되고 '저마다의 역할' 과 '저마다의 자리' 가 된다. 

 



#셀로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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