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LO Nov 12. 2023

꿈의 실용성

살며 많은 것들에 무뎌지고 그래서 감정이 흐려지면 어떤 것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다행과 감격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꿈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왜 꿈을 꾸고 꿈을 이루려 노력하는가. 그 꿈만이 나에게 제공할 수 있는 어떤 무엇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꿈에 대한 노래를 듣는 것만으로도 벅차오를 때가 있다. 내 안에 아직 꿈이 남아있다는 증거로 다가와 다시 감정을 차오르게 만든다.


감정이란 생각보다 중요하다. 가치관은 감정에서 비롯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어떤 것을 탐닉할 때의 충만감, 어떤 불의를 바라볼 때의 분노, 나를 당기는 것과 나를 위태롭게 하는 것들로부터 비롯되는 감정들. 그 감정들은 한 사람의 가치체계가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징표다. 감정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은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 아니면 무엇이 나에게 적합한 것인지 그렇지 아닌지를 판단하게 하는 재료가 사라지는 것이다. 무뎌짐이란 그래서 우리 자신에게 삶의 어려움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무엇을 좇아야 하는지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 이정표를 상실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꿈을 간직하는 것이 계속해서 그 감정들을 살아있게 만들고 그래서 우리가 지니고 있는 가치체계가 어떻게 존재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계기로 작용한다면 꿈은 그 실현과 관계없이 우리에게 너무도 중요한 무엇이 되는 것이 아닐까. 무엇인가를 느낄 수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꿈은 우리에게 너무 소중하다. 꿈을 잃지 말라는 뻔한 말은 그래서 상투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실체적인 삶의 방식을 제공하는 것이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판단하는 기작을 잃어버린 생명체는 마치 기게처럼 생명체로써의 정체성을 상실한 존재가 되어버린다. 그래서 꿈은 우리의 생명력이고 하나의 존재로서 온당히 살아있음을 증명해 주는 대상이다. 꿈이 소중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 우리를 우리답게 존재하게 만든다.


23.09.26

매거진의 이전글 피해의식이 싹트지 않으려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