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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LO Nov 12. 2023

정신을 담기 위한 신체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마음이 깃든다는 말이 있다. 더불어 드라마 미생의 명대사에는 '체력이 받쳐주지 않는 정신력은 구호에 불과하다.'는 말이 있기도 하다. 신체는 정신이란 물을 담아내는 그릇이고 그것에 균열이 일어나면 우리의 정신은 어딘가로 빠져 흘러나간다. 밑 빠진 독처럼 채워도 채워지지 않게 된다.


유물론에 따르면 물질이 근본적인 실재이며 마음이나 정신은 그것에 종속되는 무엇이다. 그 입장을 가져온다면 우리의 정신을 다스리는 것은 신체를 다스리는 것으로 실행할 수 있을 것이다. 정신을 고취시킨다고 정신이 고취되지 않는다. 그것을 담아내는 신체란 그릇을 공고히 하는 것이 그것을 고취시킨다.


하지만 신체를 다스리는 판단을 하는 것은 결국 정신이다. 정신이 신체를 조망하고 상태를 파악한다. 정신은 신체를 향하고 신체는 정신을 담는다. 하지만 그 정신을 담는 신체가 온전하다면 정신이 신체를 향할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정신이 정신스스로 만으로 존재할 수 있다. 그러니까 신체를 다스리는 것은 정신이 정신 스스로만을 위해 존재하기 위한 밑작업이 된다. 정신의 자유로움을 담보하기 위해 신체를 다스린다.


어리석게도 그 사실을 때로 잊는다. 아니 자주 잊는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거을 잃는다는 말처럼 신체를 돌보는 일이 나머지의 모든 일들을 떠받치고 담보함에도 불구하고 무엇인가에 쫓겨, 또는 어떤 욕심을 채우기 위해, 무엇인가를 탐하느라 그 중요함을 잊게 된다. 어떻게 하면 그것을 각인하는 형태로 살아갈 수 있을까. 균형점을 찾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게 다가온다.


정신과 신체는 순환의 구조를 가져 서로가 서로를 떠받친다. 신체의 쇄락은 정신을 마르게 하고 정신의 쇄락은 신체를 돌보지 않게 만든다. 그래서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 이 자명한 사실을 잊지 않고 싶다. 잊지 않아야 한다.


23.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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