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거대한 숲. 미로처럼 복잡한 내부. 처음 발을 붙였을 때부터. 나는 두려움을 느꼈다.
자갈밭을 걷는 것처럼 모든 발걸음이 긴장되고 부자연스럽다. 뛰고 싶은 마음은 그래서 애초부터 제한된다. 더딘 발걸음은 근면을 강제한다. 조금이라도 여유를 부리면 주어진 시간에 주어진 일들을 수행하는 것만도 버거워지기 때문이다. 사색과 고민은 사치가 되고, 우아함은 전혀 추구할 대상이 못된다.
처음 보는 낯선 식물들처럼, 시스템 속에는 단번에 이해할 수 없는 프로세스와 물성들이 가득하다. 이 버섯은 독이 들어있을까 영양가가 들어있을까. 이제 막 무엇인가가 익숙해지는 듯싶다가도 덩굴과 같은 예상치 못한 이슈가 갑자기 발목을 휘감아 나를 붙잡고 주저앉힌다. 그래서 숨을 쉬는 한 긴장이 이어진다. 그 긴장은 잠을 자고 일어나도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다.
나는 지금, 행정의 숲을 헤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