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아빠와 함께
수능, 지나고 보면 별일이 아닐 텐데 그게 그렇지가 않겠지요.
수능날 아침에 고사장에 태워주는데 시험 보는 둘째 아들이 아빠하고 부릅니다.
"부탁이 있어!"
대한민국 어떤 아빠가 시험 보러 가는 아들의 그 어떤 부탁인들 못 들어주겠습니까. 알았다고 일단 승낙을 하고 묻습니다. 그랬더니.
"저녁에 아빠와 소주 먹고 싶어! 술은 아빠한테 배워야지!" 그래 먹자 먹어. 좋다고 하니 이어지는 말.
"참이슬로 부탁해" 참 이슬 영롱한 부탁이네요. 어쩝니까 좋아하는 막걸리는 좀 참고 소주 먹었습니다.
시험은 잘 보지 못한 모양입니다. '시험 잘 쳤나?'라는 질문은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저녁 어스름이 내릴 무렵 시커먼 모습으로 수험생들이 몰려나옵니다.
시험 마치고 나오는 아들, 기다렸다가 만나서 마트로 갔습니다. 같이 소주와 맥주를 사서 집으로 왔습니다.
이 날을 기념하기 위해 술잔에 먼저 소주를 조금 넣고 맥주를 부었습니다. 폭탄주를 만든 것이지요. 시원하게 첫 잔을 비워내는 둘째에게 말했습니다. 수고했다!!!
<첫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