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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문 Sep 08. 2022

내 친구

웃음은 그의 트레이드마크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다. 몇 년 만인 듯도 하고 지난주에 만났다가 또 만난 것 같기도 한 내 친구. 한 직장에 벌써 28년째 다니고 있으니 그 뚝심 하나는 알아주어야 할 것 같다. 나는 다시 태어나도 못할 일은 이 친구는 해내고 있다.


약속 시간보다 미리 와서 미리 주문을 하고, 내가 도착할 즈음 보글보글 끊고 있다. 양복 재킷을 벗으며 자리에 앉는 나를 보고 만면에 웃음을 띠며 아직도 양복 입고 다니나 한다. 웃음은 이 친구의 트레이트 마크 같은 것. 


내 자리 앞접시에는 벌써 익은 조갯살이 잘 잘려 놓여 있다. 조개는 오래 끓이면 딱딱해진다며 막 말은 소맥을 건네며 웃는 친구.


술잔이 돈다. 얘기 꽃이 핀다. 웃는다. 즐거움은 이런 것. 웃음은 조갯살에도 술잔에도 이 친구의 눈 속에도 있다. 


그때다. 잡상인이라 부르기는 미안한 떡 팔러 온 남자가 우리 식탁 앞에 섰다.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여기 망개떡 2개 주세요 하는 친구. 그 떡을 나에게 하나 그리고 동석한 다른 친구에게 하나를 떡 건넨다.


때는 1987년. 같이 당구장에서 열심히 놀고 있던 때. 잡상인이라고 부르기는 미안한 김밥 대야를 인 아주머니가 우리 당구대 앞에 섰다.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여기 김밥 주세요를 외쳤던 내 친구.


그 옛날. 아내가 학교 북문 인근에 식당을 차렸다가 접은 사연을 말하며 그때 후배 현민이 동길이 몇몇이 식당까지 꽤 거리가 있는 데도 불구하고 자주 찾아와 주었다며 고마움을 잊지 않고 얘기하는 내 친구.


얼굴에 나 착함이라고 여전히 쓰여 있는 내 다정한 친구. 


<정민아, 담에 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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