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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씬날 Mar 29. 2021

내가 쓰는 스얼레터 #43

21. 03. 28 혹시 냄비밥 해본 적 있으세요?


얼마 전 무쇠냄비를 선물 받았어요. 다른 냄비랑 똑같아 보여도 무쇠냄비는 다른 사용법과 보관법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아껴두었다가 주말을 활용해서 첫 밥을 지어보았답니다. 무쇠냄비는 처음 사용하기 전에 길을 잘 들여줘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밥을 짓기 전에 미지근한 물로 씻고 깨끗이 말려 물기를 제거한 다음 기름을 바르고 구워주는 작업을 먼저 했습니다. 


이런 준비 과정을 거쳐서 드디어 밥을 지을 수 있게 되었어요. 먼저 불린 쌀을 냄비에 넣고 끓입니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 약불로 바꾼 후 뚜껑을 덮고,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불을 끄고 뜸까지 들여야 비로소 맛있는 밥이 완성되죠. 평소에 요리에 관심도 없고, 제대로 해볼 생각도 없었기 때문에 다소 늦은 첫 냄비밥 경험이었지만 태우지 않고 제대로 밥을 완성했다는 것에 큰 성취감을 느꼈어요. (심지어 너무 맛있었기 때문에!)


밥을 다 먹고 나서는 냄비에 붙은 누룽지를 긁어낸 후 씻고 물기를 제거했어요. 그리고는 다음 요리를 위해 고이 보관해 두었습니다. 무쇠냄비에 밥을 하는 과정이 단순하지만 즐거웠던 이유는 차례대로 퀘스트를 달성하는 성취감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마지막에 나오는 결과물이 바로 눈에 보이고 만족스러우니 다음에는 가지를 넣고 해 볼까 연어를 넣고 해 볼까 상상하며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매번 배달어플에 의존하던 제게는 단순한 밥 짓기 하나도 이렇게 큰 동기부여가 되었답니다.


요즘 내가 원하는 결과를 위한 과정을 묵묵히 지나고 계신 분들이 계시다면 시간을 내어 평소에 하지 않던 새로운 요리를 한번 해보면 어떠세요? 재료를 준비하고 익히면서 맛있는 요리가 완성되는 과정을 하나씩 해내다 보면 내가 걷고 있는 길에서 조금은 떨어져서 새로운 성취감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는 그게 스스로에게 또 하나의 작은 자신감이 되어줄지도 몰라요. 제게 냄비밥이 그랬던 것처럼요. 


- 이제는 나무주걱을 사고 싶어 찾아보기 시작한 나리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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