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금 Oct 26. 2015

함께 맞는 10번째 생일

to. 너

너의 생일이 내일로 다가왔다.

2006년 생일부터 시작해 올해로 꼭 열번째 생일.


우리가 스무살을 지나 서른을 바라보는 나이까지 함께 있게 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지. 얼마나 놀라운 일이니. 그 어린 애들이 벌써 서로의 주름을 걱정하는 나이가 됐다는 게.



지나간 생일을 생각하니 군대에 가기 이틀 전 네 생일이 떠오른다.

입대를 앞둔 너에게 뭔가 서프라이즈 선물을 주고 싶었던 나는 첫차를 타고 너희 동네로 갔었지. 해는 왜 이렇게 빨리 뜨는 지 캄캄할 때 해주려던 이벤트는 벌써 물 건너가고, 아파트 계단에 붙여둔 깜짝 플랜카드와 불 붙인 케이크는 너희 어머님이 먼저 발견하셨었지.


망했다.



어머님은 놀라서 들어가 '웬 이상한 여자가 와 있다고' 너를 깨우셨는 지 우당탕 허둥지둥대는 나를 보러 나온 너는 잠이 덜 깬 얼굴로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처럼 웃어줬었어.


그리고 금방 들어가 씻고 나오겠다며 후다닥 들어가버렸지.


너를 기다리는 그 짧은 시간이 참 행복했던 기억이야. 나를 보고 웃고 행복해하는 너를 봤다는 것만으로도 더 할 나위없이 행복했어.



그 때의 나와 오늘의 내가 하나도 다르지 않게 너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기쁘다.


90년 뒤의 생일도 내가 제일 먼저 한결같은 마음으로 축하해줄게. 스물 아홉번째 생일 축하해.


올해엔 더 건강하길.

생일을 축하하며, 너의 소금.


작가의 이전글 가까이 있는 게 싫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