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찬휘 Mar 27. 2023

딱 맞아떨어질 때의 쾌감.

가끔 절묘한 쾌감을 느낄 때가 있다.


이를테면 복잡하게 엉켜 있는 텍스트에서 필요한 정보를 정규표현식을 이용해 한 방에 스프레드 시트용 데이터로 가공해 냈을 때. 일례로 대학교 출석부를 텍스트 에디터에 긁어다가 놓고 스프레드시트에 붙여넣기 귀찮아 정규식으로 발라내서 성적 처리용 데이터로 만들었더랬지.


그리고 또 다른 게, 생뚱맞은 공간에서 맥락을 읽어낼 만한 장면을 발견했을 때. 누구도 의도하지 않았지만 그게 신기하게 맞아떨어지면 그게 그렇게 짜릿하다. 오늘 그런 장면을 만났다. 의정부왕도매식자재마트 별관 건물에 잠시 들어갔다가 이런 장면을 만났다.



벽에 붙어 있는 콘센트들을 보면, 처음엔 콘센트가 아닌(0) 전화선으로 시작해 그 다음부터는 220V 전기 콘센트들이 묘한 비율로 떨어져 있다. 0, 1, 1, 2, 3. 다음엔 왠지 당연히 5, 8, 13으로 연결될 것 같은 너비. 길이가 정확히 딱 맞아떨어지지는 않지만, 약간 억지스레 보자면 마치 피보나치 수열 같은 느낌이 들었다.


뭔가 이렇게 맞아떨어지는 게 보일 때면 나는 꽤 짜릿하다. 피타고라스스러운 이야기인데, 역시 세상은 수로 이루어져 있는 구석이 있고 글쟁이는 그 속에서 의미를 찾아 문장으로 번역해내는 게 역할 아닐까 하는 생각도- 가끔 들 때가 있다.




오감도 시제4호

<환자의 용태에 대한 문제>

이상 / 조선중앙일보 (1934.07.28)




- 서찬휘(2023.03.27)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