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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너 Jan 11. 2023

사진의 위험성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는 사진은 없다

우리에게도 이렇게 행복한 순간이 있었다니. 지인의 가족사진을 보고 부러운 생각이 들었던 나는 황급히 폰 안에 저장해두었던 가족사진을 꺼내 보았다.


사진 속의 아내는 행복한 현모양처 같은 표정을 짓고 있고 초등학교도 들어 가기 전의 아이는 천진난만하기 그지없다. 실은 가장 격렬하게 부부싸움을 하던 시기의 사진이다.


작정하고 찍은 사진 중에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는 사진은 없다. 사진은 단 한 순간을 포획하는 대신 그 순간의 전후를 통째로 들어내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관계의 틈바구니에 자리 잡은 복잡 미묘한 정서와 감정의 잔해들이 전부 사라지고 인화된 평면 위엔 체에 걸러진 모래알처럼 반짝이는 이미지만 남는다.


그래서인지 사진보다는 기억이 더 유용할 때가 있다. 기억은 고정된 한순간의 이미지가 아니며, 수정의 여지를 둔다는 점에서 사진보다 겸손하다. 남는 건 사진뿐이라고? 기억을 대체하기 위한 사진의 위험성을 모르는 이야기다.


사진이 위험한 이유는 또 있다. 그게 뭐든 사진을 꺼내 보면 이미지와 괴리된 현실을 자각하게 된다. 아니 이럴수가! 이십 오 년 전 웨딩사진을 보면서 경악한다. 아직도 이 분과 살고 있다니. 외과수술만큼 어렵게 보정된 여권용 증명사진을 보면서 걱정한다. 이 사진으로 과연 나를 증명할 수 있을까. 직원들의 인사기록 카드에 딸린 사진을 보면서 의심한다. 대체 이 사람들은 누구란 말인가. 이토록 위험한 사진을 왜 자꾸 찍는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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