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은 일상 속에도 있다
직장의 2층 화장실과 복도, 그리고 사무실 구석구석을 닦아내는 한 여성이 있습니다. 회사에서 지급한 듯한 낡은 진회색 작업복 바지 속으로, 바람에 휘청이는 나뭇가지처럼 마른 체구가 안쓰럽게 비쳐 보입니다.
그녀는 가녀린 몸을 굽혀 무언가를 끊임없이 닦고 비워냅니다. 새벽부터 시작된 일과는 오후 세 시 무렵까지 이어집니다. 그녀의 정확한 일과를 알지는 못하지만, 그 시간 이후로는 복도 어디에서도 그녀의 흔적을 찾을 수 없기에 그저 일과시간이 그 정도일거라 짐작할 뿐입니다.
화장실 비품을 관리하는 것도 그녀의 몫인지라 우리는 좁은 공간에서 자주 마주칩니다. 처음엔 엉거주춤 인사를 건네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의 인사가 그녀에게 오히려 고단한 방해가 될까 싶어 목례를 생략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배려라 믿었던 그 침묵은 본의 아니게 그녀를 '투명 인간' 취급하는 무심함으로 변해갔습니다.
그녀가 바닥을 닦고 세면대의 물기를 훔치며 휴지통을 비우는 동안, 나는 그 존재를 의식하지 못한 채 자연스럽게 볼일을 보고 나오곤 했습니다. 마치 배경의 일부가 된 듯, 서로의 존재에 무감각해진 시간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변화는 예기치 못한 곳에서 찾아왔습니다. 점심 식사 후 들른 1차 화장실에는 2층의 그녀보다 열 살쯤 젊어 보이는 다른 노동자가 청소 중이었습니다. 늘 하던 대로 무심코 발을 들이려는 찰나, 단호한 목소리가 날아들었습니다.
“청소 마칠 때까지 잠시만 나가주세요.”
그 서슬 퍼런 경고에 황급히 옷매무새를 다듬으며 쫓기듯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이곳이 원래 이성과 공유하기 어려운 장소였다는 것을, 그리고 그 안에는 기계가 아닌 존엄을 가진 ‘사람’이 작업 중이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것은 마치 “여기, 사람이 있잖아요”라는 뼈아픈 외침처럼 들렸습니다.
수많은 재해와 재난을 통과하며 성장한 우리 세대에게 이 외침은 낯설지 않습니다. 무너진 건물 지하, 한 줌의 빛도 없는 곳에서 생존을 이어가는 이의 절규는 ‘중식이 밴드’의 노래가 되어 우리의 무뎌진 감각을 일깨우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 외침은 생사가 오가는 재난의 현장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래전, 좁디좁은 보관함 틈새에서 잠시 숨을 돌리다 나오던 청소 노동자를 본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제대로 된 휴게실조차 없어 먼지 낀 창고 한편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고단한 몸을 뉘었을 그녀들. 목에 걸린 가시처럼 차마 내뱉지 못했을 뿐, 2층의 그녀 역시 매일 마음속으로 외치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재난 같은 일상을 묵묵히 견뎌내며,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나를 없는 사람 취급하지 말라고. “여기, 사람이 있지 않느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