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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뉘 Nov 23. 2017

사실은, 정(情)

사랑엔 중고가 없다



사실은, 정(情)




사랑에 말이 필요한가

어쩌다 시작한 것이

사랑인가 싶어 눈을 반짝였던

그와 그대의 첫 감정의

마당을 기억하면,

거기, 생 날 것의 사랑에는

틈입될 수 없는 변명이다

사랑한다는 말이

쓸데없는 사랑은 없다

오히려 그와 그대가

나눈 시간의 길이는

감동의 소재는커녕

사랑이 그만큼 바랬을

개연성을 키운다

무의미했던 그가

느닷없이 소중하다가,

다시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게 사랑이다

주로 하는 일이 먼지를

뒤집어쓰는 일인 시간은

사랑의 도구로 쓰고,

쓴 뒤에는 버리는

연습이 필요하다

버리지 않은 시간이

그대의 속을 휘저을

정으로 남는다

사랑은 시간이 아니라

그와 그대가 공유한

감정의 공간에만 둔다




흔히 말하듯

사랑의 먹이는 사랑뿐이다

기왕이면

그대가 그에 대한

사랑을 멈추기 전에

그대가 그를

사랑하지 않는 것이

그에게 어떤 고통인지

깨닫게 할 정도로

열심히 사랑한다

사랑과 정이

서로 반비례한다는 것을

서둘러 헤아렸다면,

열심히 사랑하지 않은

미안함을 느낄지언정,

사랑한다며 다정을 앓는

바보가 되지는 않을 터다

하지만 그가

버림받을 만하다면

충분히 매정한 것이

사랑일 수도 있겠다 

너무 쉽게

정을 앓는 우리에게

중고가 없는 사랑은

축복이다 싶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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