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한 곡이 위로가 되는 밤
감사할게 많은 나날들임에도, 또 그걸 분명하게 알면서도 오늘은 마음이 퍽 시큰한 그런 날이었다. 갑자기 아침저녁 쌀쌀해진 기온 탓이었을까. 아니면 그동안 해오던 일들이 오늘따라 조금 버겁게 느껴진 탓일까. 이유 모를 우울감이 찾아온 그런 날이었다.
터벅터벅 무거운 발걸음으로 집에 돌아왔다. 지친 몸을 소파에 누이고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괜스레
눈물이 핑 돌았다. 차라리 울음 한 번 시원하게 흘리고 나면 조금은 괜찮아질 것도 같은 그런 기분이었는데, 명분 없이 눈물을 흘리는 일도 조금은 어색해져 버린 탓인지 좀처럼 울어버리는 일조차 쉽지 않았다.
남편이 오기 전에 따끈한 저녁도 지어야 하는데 하면서도 몸이 쉽게 움직여지지 않았다. 우울한 기분에 휴대폰 어플을 이리저리 뒤적이다 오래간만에 음악이나 들을 겸 어플을 켰다. 메인에는 김동률의 ‘노래’라는 새로운 곡이 소개되어있었다. 신곡 발표일을 기다릴 만큼의 팬이랄 수는 없었지만, 그간 나의 십 대와 이십 대를 함께 해준 고마운 노래들을 많이 발표해준 가수였기에 주저 없이 재생 버튼을 눌렀다.
‘노래’를 들으며 가사를 찬찬히 읽는데, 아- 요즘의 내 기분이 이래서 그랬을 수 있겠구나 싶어 슬프면서도 먹먹한 그런 기분을 느끼다가 그렇게 또 나도 모르게 노래를 통해 위로받고 있었다. 몇 번을 반복해서 들으며 흐르는 눈물을 쓱, 닦아내고 나니 기분이 한결 나아짐을 느꼈다. 노래를 들으며 울어 본 적이 언제였더라. 마음이 퍽 시큰한 그런 날이었는데, 노래 한 곡이 참 많이 위로가 된 고마운 그런 밤이다.
아래는 공감이 가서 더욱 위로가 되었던 김동률의 신곡 ‘노래’의 가사다.
끝없이 날이 서 있던
어릴 적 나의 소원은
내 몸에 돋은 가시들 털어내고
뭐든 다 괜찮아지는
어른이 빨리 되는 것
모든 걸 안을 수 있고 혼자도 그럭저럭 괜찮은
그런 나이가 되면
불쑥 짐을 꾸려 세상 끝 어디로 떠나려 했지
사람을 떠나보내고
시간을 떠나보내고
그렇게 걷다 보면 언젠가
홀가분해질 줄 알았네
그래도 되는 나이가
어느덧 훌쩍 지나고
웬만한 일엔 꿈쩍도 않을 수 있게 돼버렸지만
무난한 하루의 끝에
문득 그리워진 뾰족했던 나
그 반짝임이
사람을 떠나보내고
시간을 떠나보내고
그렇게 걷다 보니 이제야
나를 마주 보게 되었네
울어 본 적이 언젠가
분노한 적이 언제였었던가
살아 있다는 느낌에
벅차올랐던 게 언젠가
둥글게 되지 말라고
울퉁불퉁했던 나를 사랑했던 너만큼이나
어쩌면 나도 그랬을까
울어 본 적이 언젠가
분노한 적이 언젠가
살아 있다는 느낌 가득히
벅차올랐던 게 언젠가
내 안의 움찔거리는
그게 뭔지는 몰라도 적어도
더 이상 삼키지 않고
악을 쓰듯 노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