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꽁치 Apr 06. 2017

괜찮아,

있는 힘껏 달려가 보자.

   브런치를 시작하고, 도피하듯 글 속으로 숨어들 때가 있다. 그저 못다 한 생각이나 누군가에게 쉬이 이야기하지 못한 고민들을 두런두런 적어 내려가는 것뿐인데도, 괜찮다 괜찮다, 토닥여주는 것만 같아 벗 삼아 내 이야길 풀어놓고 만다. 그런 나의 이 작은 공간은 때때로 꽤 큰 위로가 되어준다.


  오늘도 잠을 청해야 하는 늦은 시간임에도, 소란스러웠던 하루를 위로받고 싶은 마음에 여기 내게 주어진 작은 공간 안으로 숨어 들어왔다. 물론, 자기반성 가득한 글로 마무리될게 분명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잊힐 문제들이 많다. 고민이라 여겨 몇 날 며칠이고 괴롭혔을 많은 문제들은 이제는 기억도 잘 나지 않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요 며칠 내 머릿속을 괴롭히는 고민거리들도 약간의 시간만 지나면 금세 잊힐 것들임이 분명한데도, 나는 자칭 '걱정 쟁이'답게 일어나지도 않은 일들까지 앞서 상상하며 문제를 키워가는 중이다(이 과정에서 사랑하는 나의 남편은 변덕 심한 내 고민을 들어주느라 최대의 희생양이 되어 또 괴롭힘 당하고 말았다). 요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겠다.

  그냥 숨 한 껏 들이마시고 파이팅 넘치는 다짐과 더불어 복잡한 생각들을 뒤로한 채 우선 행동으로 옮기는 실천적인 태도, 그거면 충분한데 서른을 갓 넘긴 나는 어쩐지 무언가를 시작한다는 것에 퍽 자신감이 없어져버렸다. 일단 시작하고 나면 막상 정신없이 달려가기 바빠 고민이 무엇이었는지조차 흐릿해질 것이라는 걸 잘 알면서도 겁 많은 나는 시작해보기도 전에 여러 가지 핑곗거리를 찾기 바쁘다. 똑, 똑- 조심스레 두드려봤다가 다시 흠칫 겁먹고 물러났다가, 웅크려 숨었다가 다시금 용기를 내보았다가 그렇게 갈팡질팡 하기가 바쁜 나날들이다. 미숙해도, 자신감 넘치던 나의 이십 대가 괜스레 그립다. 무얼 해도 반짝였던 것 같은, 자신감 넘치던 그때의 그 시절이 마냥 부러운 오늘이다. 그때도 지금처럼 고민도 걱정도 많았을게 분명한데 말이다.


   조금만 지나고 보면 지금의 이 시간도 반-짝 빛날 거다. 나의 마흔에게 미안하지 않도록, 나의 삼십 대가 더 이상 주눅 들어 숨어 들어가지 않도록, 숨 한 번 크게 들이마시고, 있는 힘껏 달려가 보자.



매거진의 이전글 무뎌지거나 잊히지 않도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