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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꽁치 Sep 16. 2018

언어의 온도

적당히 뜨거운 음식을 먹듯 찬찬히


   코끝 시리던 올해 1월, 언어의 온도라는 책을 읽었다. 짧게나마 읽으며 떠오르던 생각들을 메모장에 끄적여놓았는데, 다른 메모를 찾다 우연히 발견하고는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분명 짧은 메모인데도, 그날의 느낌, 생각, 장소와 같은 것들이 고스란히 함께 떠올랐다. 그저 작은 메모 몇 줄이었을 뿐인데, 그날의 기억까지 함께 떠오르다니. 짧은 메모 몇 줄의 힘이 이렇게나 대단하구나 싶다.



   한 권의 책을 통해 위로를 받는 것이 제법 오랜만이었다. 덤덤한 문체로 써내려 간 듯 하지만 마음이 가득 담겼을 작가님의 글이 제법 큰 울림으로 마음에 남았다. 적당히 뜨거운 음식을 먹듯 찬찬히 곱씹어 읽어 달라는 서문의 ‘작가의 말’이 꽤나 이해가 되었다.
따뜻한 온도의 글로 위로를 전해주어 고맙다고, 두고두고 생각날 문장들을 선물해 주어 고맙다고, 그런 고마운 마음을 가득 담아 마지막 책장을 넘겼다.


   올해 초 겨울, 짧은 문장에도 따뜻한 온도의 언어를 담아내겠다던 나의 다짐은 얼마나 이루어졌을까. 나의 온도는 이전보다 더욱 기분 좋은 따뜻함이 되었을까. 겨울을 지나고, 봄과 여름을 보내고 가을의 문턱에 서있다. 애석하지만 냉정하게도 여전히 나의 언어의 온도는 지난 겨울 그대로, 그리 따뜻하지는 않은 듯하다.

그럼에도 여전히 나는 따뜻한 언어의 온도를 가진 사람이고 싶다. 예전처럼 누군가에게 손으로 써 내려간 편지를 보내는 일은 적겠지만, 누군가에게 건네는 짧은 문자 메시지 하나에도 따뜻한 온도가 가득 담겼음 싶다. 썼다 지우길 몇 번이고 반복해 그 속도가 조금은 더뎌진다 할 지라도.

한 문장의 언어에 마음을 온전히 담는 일은 여전히 낯설고 서툴겠지만, 나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언어의 온도로 위로를 건넬 수 있도록 조금 더 마음을 담아내는 연습을 해야겠다. 따뜻한 언어의 온도를 담아내기에 너무도 좋은 계절이다-


표지마저 따뜻하게 느껴졌던 ‘언어의 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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