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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까만 철판 위에 노릇노릇 구워진 전어 세 마리가 모로 누워있다. 전어에게는 갑작스레 맞닥뜨린 비명횡사 이리라.
전어구이를 몇 번 먹어봤다는 아무개씨가 호기롭게 젓가락을 들었다. 그는 식탁에 몇 번 두들겨 젓가락 끝을 맞추더니 곧장 전어의 몸을 더듬기 시작했다.
검게 그을린 살갗을 걷어내니 하얗고 뽀얀 속살이 드러났다. 아무개씨는 "집 나간 며느리가 어디쯤 오고 있으려나..." 너스레를 떨며 전어의 몸통을 반으로 뚝 갈랐다.
두툼한 살점들 아래로 오장육부가 민낯으로 드러났다. 이름도 쓸모도 모르는 장기들이 서로를 부둥켜 안고 있었다. 이거는 창자, 이건 부레, 위, 심장, 아가미... 어림짐작으로 장기들을 하나하나 헤아렸다.
장기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문득 진실에 대해서 생각을 했다.
아... 진실이란 이런 것인가. 거추장스러운 허울을 다 걷어내야 비로소 드러나는 것인가...
땅속에 잠든 그대들은 진실을 모두 어디에 감추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