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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민 Aug 27. 2019

뉴욕의 골목식당에서 뉴욕맛집으로 - 5곳의 이야기

뉴욕여행&뉴욕맛집

평범한 골목식당에 활력을 불어넣는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방송내용을 보면 성공한 식당들은 뚜렷한 차별화 포인트를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전 세계 요식업계 중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뉴욕에서도 그런 원칙에는 예외가 없습니다.

몇 년 동안 지켜봐 온 뉴욕의 골목식당 다섯 곳을 소개합니다. 좁은 뒷골목, 작은 가게로 시작해 어느새 탄탄하게 자리 잡아 #뉴욕맛집 타이틀을 획득한 식당들입니다.


1. 선데이 인 브루클린 - 2016년 11월 오픈

뉴욕에서 성공 확률이 가장 높은 메뉴는 역시  브런치. 그러나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열정과 아이디어만 믿고 섣불리 창업했다가 '소리없이 사라지는 브런치 카페도 많습니다. 사람의 발길이 뜸했던 윌리엄스버그 뒷골목에 가게가 있다면 더 확실한 전략이 필요하겠죠?  


오픈 당시만 해도 조용했던 윌리엄스버그 귀퉁이에 이 멋진 브런치 플레이스를 탄생시킨 이들은 '일레븐 매디슨 파크(최고의 파인 다이닝), 새들스(소호의 베이글브런치가게), 치즈케이크 팩토리(디저트)' 출신의 베테랑들이었습니다.

토핑으로 아보카도 슬라이스와 채소를 얹고 수란을 터뜨려 먹는 바삭한 토스트

두툼한 팬케이크 여러 장을 겹친 팬케이크의 비주얼, SNS 시대에 부응하는 예쁜 플레이팅, 거기에 브런치와 곁들일 칵테일 색감까지 신경 쓴, 여러모로 처음부터 완벽했던 가게는 불과 2년 만에 각종 매거진에서 '뉴욕 최고의 브런치맛집'으로 앞다투어 소개하는 곳이 되었습니다.

큰 사이즈의 수제 팬케이크

옥상 루프톱까지 갖춘 3층 건물에 긴 줄이 늘어서기 때문에, 가게 이름은 '선데이'지만, 여행자라면 평일에 방문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2. 라클렛 - 2015년 2월 오픈

"고소하게 구운 치즈"는 서양인들에게 소울푸드와 같습니다.


스위스 치즈 '라클렛'의 이름을 딴 Raclette NYC의 등장은 SNS에서 먼저 입소문을 탔습니다. 잘 구운 치즈 덩어리를 통째로 테이블로 가져와 듬뿍듬뿍, 흘러넘칠 정도로 담아주는 영상은 누구나 빠져들만한 장면이었거든요.

그런데 이 가게는 여러 나라의 이민자 커뮤니티가 형성된 이스트빌리지 중에서도 꽤 외진 장소에 위치합니다. 뉴욕에 사는 사람이 아닌 이상 여기까지 일부러 찾아가기를 권할만한 장소는 아니라서 소개를 망설였던 곳이었는데...

놀랍게도 라클렛은 짧은 기간 동안 맛집사이트 리뷰 1000개를 넘기는 폭발적인 성장을 보였습니다. 치즈를 잘라주기 전 사진 찍을 준비가 됐냐는 사인을 주기도 하고, 중간에 치즈리필을 해주는 등, 아낌없는 서비스가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필리핀 마닐라 태생의 주인은 셰프도, 유명인도 아니었지만, 계획과 전략이 뛰어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제시했다고할 수 있겠네요.


3. 블루스톤 레인 - 2013년 7월 오픈

2013 첫 매장을 연 블루스톤 레인은 처음에는 '호주 스타일 커피'만을 파는 작은 카페로 시작합니다.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된 것은 2014년 웨스트빌리지 골목 코너에 브런치 메뉴를 갖춘 카페와, 미드타운 중심가에 아보카도 토스트를 파는 간이 매장을 내면서부터였습니다.


산뜻한 파란색 커피잔에 담아준 호주식 커피 '플랫화이트'와 컬러풀한 스프레드를 바른 토스트. 간단하고 편리하게, 커피 한 잔과 부담 없이 즐길 토스트 한 조각은 출근길 직장인들이 원하던 아침식사 그 자체였으니까요.

'뉴욕'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른 뉴요커들에게 호주 멜버른의 남다른 '카페문화'를 내세운 접근 방식도 상당히 신선했지만 불과 5년 사이 뉴욕뿐 아니라 서부까지 진출해 미 전역에 수십 개의 매장을 보유한 대형 체인이 된 것을 보면, "뉴욕에서의 성공은 세계적 성공"임을 간파하고 체계적으로 접근한 호주 출신 대표의 사업 감각이 남다른 것만은 분명합니다.


4. 코릴라 - 2014년 10월 오픈

익숙한 제육덮밥이 타코 스타일로 변신

누구나 꿈꾸는 성공신화의 주인공. 푸드트럭에서 한국식 타코를 만들어 팔던 한인청년은 이색적인 메뉴와 맛으로 성공을 거둬, 4년만에 이스트 빌리지의 코너에 정식 매장을 갖게 됩니다.

아이디어만 믿고 두서없이 시작한 것이 아니라 뉴욕 스타일에 맞는 타코 주문법(고기 종류, 토핑과 소스를 차례로 선택)과 한식을 접목해 한국식 불고기나 제육볶음을 쉽게 맛볼 수 있게 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첫번째 매장 벽면에 적혀있던 '대박'이라는 문구 그대로, 현재는 미드타운의 푸드홀에도 입점했고요, 맨해튼 골목 여기저기를 누비는 호랑이 무늬를 넣은 푸드트럭(@KorillaBBQ)의 인기도 여전합니다.


5. 파이브 리브스 - 2008년 오픈

마지막으로 소개할 곳은 윌리엄스버그가 '요즘 뜨는 핫플레이스'가 되기 훨씬 전부터 터줏대감이었고, 현재도 인기가 많은 뉴욕맛집 Five Leaves입니다.

이곳 역시 아보카도 듬뿍, 과일 듬뿍 얹은 건강한 '호주식 메뉴'에 주력합니다.

파이브 리브스가 자리잡은 공원 근처는 한적한 주택가 지역입니다. 사실상 음식점을 운영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장소인데, 언제나 가게 앞에 길게 줄을 서게 만든 비결은?

낮 시간에는 브런치에 'Health'라는 키워드를 접목한 건강한 메뉴를 팔고, 밤늦게까지 바(Bar) 형태로 운영하면서 윌리엄스버그 힙스터들의 모임 장소로 '빠르게' 자리 잡은 덕분에 성공한 골목식당이 될 수 있었다는 생각입니다.

10년차 골목식당 파이브 리브스 앞에 여전히 줄서서 기다리는 손님들

글•사진 <미식의 도시 뉴욕><프렌즈 뉴욕> 저자 제이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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