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학원에 등록해 2달 반 정도 다니면서, 느낀 점 중 하나가 바로 곁에 두는 사람의 중요성이다. 혼자 연습하는 것보다, 레슨을 받으면서 꾸준히 연습하면 훨씬 효율적으로 실력을 상승시킬 수 있는데 여기에 선생님의 덕이 크다.
먼저, 선생님은 피아노에 있어서 나보다 훨씬 고수이다. 고수의 시선에서는 당연히 내 레벨에서 볼 수 없는 것들을 볼 수 있다. 내가 알아차리기 어려운 나의 문제점을 캐치할 수 있음은 물론 나의 잠재력 및 가능성도 알아볼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받는 피드백은 나를 그 무엇보다도 성장시켜 준다.
나는 지금 쇼팽의 즉흥환상곡을 연습하고 있는데, 내가 이 곡을 연주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해보지 못했고 꿈도 꾸지 못 했던 일이었다. 그런데 내게 즉흥환상곡을 제안해 준 사람은 레슨 선생님이었다.
"즉흥환상곡 해보신 적 있어요?, 손목 유연하시니까 잘하실 것 같은데~"
'내가 손목이 유연하구나?' 고수의 시선에서 평가를 받는 건 내 기분을 묘하게 만들었다. 어린 시절에나 느꼈던 기분이라고나 할까. 나도 몰랐던 내 모습들을 발견하는 기분이었다.
즉흥환상곡 폴리리듬을 배우던 중, 내가 걱정하며 말했다.
"이렇게 4-5음과, 9-10음이 딱 달라붙어야 해요" (이 두 음은 붙여서 치되, 서로 만나면 안 된다)
"그러다 그냥 만나버리면 어떡해요?" 내가 우려 섞인 목소리로, 그러면서도 장난스럽게 물었다.
"ㅇㅇ님이 그러실리 없어요~"
정말? 내가 그래? 예상치도 못했던 답변이었다. '선생님은 내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구나. 나를 믿어주시고 있구나.' '나조차 보지 못하는 내 모습, 내 잠재력을 봐주시고 있구나'
그녀의 기대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던 마음도 내가 연습을 하는 데에 큰 원동력이 되었다. 나도 몰랐던 내 잠재력에 대한 선생님의 믿음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러닝 크루에서의 일이다. 같이 달리면서 모임장 및 모임원 분들에게 칭찬 및 응원을 많이 들었다. 긍정적인 피드백 및 응원을 듣다 보면,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싹튼다.
"정말 잘 뛰시는데요?"
"그렇게 연습하시다 보면, 분명 점점 더 잘하실 거예요!"
"할 수 있어!"
이런 응원들은, 나를 더 열심히 달리게 만들고, 변화시키고, 불가능해 보이는 것들을 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자기가 스스로의 스승이 되어야 한다", 스스로를 잘 파악하고 더 나아질 수 있는 길로 안내할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물론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이 사실만큼이나 중요한 게, 주변에 좋은 스승님과 같은 사람들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고수의 시선에서 내 노력, 잠재력에 진심으로 관심을 가져주고 따뜻한 격려 및 조언을 건네주는 사람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피아노 학원에서는 돈을 내고 레슨을 받으니까 그런 스승님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래서 레슨을 받는 거구나'라고 느껴질 정도로 좋은 선택이었다.
돈을 내고 레슨을 받는 일도 정말 좋고, 그게 아니더라도 찾아보면 앞서 말했던 러닝크루처럼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 및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는 좋은 집단을 분명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나의 성장을 위해서, 좋은 스승님을 인생에 들이자. 나보다 고수인 사람, 나를 믿고 지지해 주는 사람, 내 긍정적인 면을 캐치해 주고 포기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사람들 모두가 스승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관심사가 많이 다르거나 나를 깎아내리는 집단과 함께하는 시간이 길었을수록 앞서 말한 자극들이 새롭고도 소중하게 느껴진다. 내 인생을 더 좋아지게 하기 위해, 스승님과 같은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나를 데려가는 것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좋은 사람을 만나자. 내 단점보단 잠재력을 봐주는 사람들, 믿고 지지해 주는 사람들 안에 나를 두고 성장해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