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 연주는 스포츠다
둘 다 너무 재미있는 놀이, 일상에서의 탈피
피아노 학원을 등록한 지 12주가 되었다. 3 달이라는 시간 동안 너무 재밌고 즐거운 시간도, 울고 싶을 만큼 힘든 시간도 겪으면서 나는 많이 진화했다. 3달 전 내 모습을 생각하면 지금의 변화가 놀랍기만 한데, 앞으로 1년 혹은 그 이상 꾸준히 연주를 계속했을 때 내가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지 궁금하고 기대가 된다.
취미로 하는 거지만 실력 향상을 목표로 연습을 하다 보니 매 연습 시간이 편하고 즐겁거나 마냥 힐링되기만 하진 않는다. 연습과정에서 지겹거나 괴로운 순간도 있다. 그러나 그 순간을 거쳐 안 되던 걸 해냈을 때, 그 행복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연습을 하면 할수록, 악기 연주가 스포츠랑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생각하는 공통점을 몇 가지 적어보자면,
1. 정신의 고양 및 끊임없는 계발
: 음악은 추상적인 것이다. 그래서 음악을 만들어내는 연주 또한 어찌 보면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악기 연주는 일상생활에서 흔히 하는 경험들과는 다른 종류의 것이다. 스포츠는 내 신체를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쓰면서 내 몸의 움직임 및 감각에 집중하는 과정이다. 이 역시 일상생활의 여타 활동과는 다른 것이다. 사무직종에서 일하는 보통 대다수의 사람들은 일상에서, 내가 신체를 가지고 있다는 것도 잊어버릴 정도로 신체가 아닌 다른 것에 집중하고 있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기니 말이다.
일상적이지 않은 그 과정에서의 '몰입'은 또한 흔하지 않은 경험이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경지를 느껴보면서 정신이 고양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불가능하던 것이 가능해지는), 기록을 경신하는 과정에서 내 정신력은 한 차원 더 성장한다. 매번 부딪치는 한계를 뛰어넘는 순간의 성취감은 일상생활에서 느끼기 어려운 짜릿함 및 질 높은 도파민을 선사해 준다.
2. 자신의 한계에 부딪치고 도전, 뛰어넘는 과정의 반복
: 스포츠 능력의 향상과 악기 연주 능력의 향상, 둘의 공통점은 끝이 없다는 것이다. 실력 향상을 목표로 한다면 필연적으로 한계에 맞닥뜨리는 순간이 찾아온다. 한계를 극복하려면 연습 방법에 대한 고민과 함께, 될 때까지 꾸준히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마침내 한계를 극복했을 땐,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을 느낄 수 있다. 또한 그 과정을 반복하면 스스로도 상상하지 못했던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만나게 될 수 있다.
3. 안 쓰던 근육의 발달
: 운동이든 연주든, 근육이 정말 중요하다. 악기 연주가 좀 더 미세한 소근육 위주이긴 한데 안 되는 걸 되게 하기 위해선 그걸 되게 하는 근육을 발달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나도 요즘 연습하는 곡을 위해 새끼손가락 힘을 기르는 연습을 하는 중이다.
마지막으로는, 둘 다 마치고 난 뒤에는 활기가 돈다. 정말이다. 피아노 연습을 마치고 거울을 보면 왜인지 피부에 광까지 느껴진다. 중독성 짱..! ㅎ 그래서 오늘도 퇴근하고 피아노 학원에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