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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아래 Nov 09. 2022

섭섭한 저녁

서울의 골방 생활의 낙

지난여름은 갑자기 시작한 걷기로 저녁을 알차게 보낼 수 있었다. 시작이 힘들지 한 시간여 걷기를 끝내고 난 후의 희열은 설명 불필요.

지난 몇 주 제주에서 마지막 행사 일정을 갈무리하고 올라온 서울은 어느새 11월 만추, 초겨울의 공기가 가득하다. 걷기에 잠시 움추린 사이 나는 동네 술집 밥집을 돌아보는데 호기심이 생겼다.

벌써 너무 아득한 과거 같은 그저께 지난여름 봐 둔 동네 술집에 혼술 하고 오늘은 손님에게 추천받은 동네 신상 가게에 와 파스타와 와인 한 잔을 주문했다. 요즘 느낌 가득 담은 인테리어며 테이블 의자 스탠드 간접 조명, 요즘 카페라면 필수(?)라고 할 수 있을 빵도 가득가득이다. 카페 영업은 8시에 마감하고 1시까지 간단한 음식과 주류를 판다고 하니 저 많은 빵들은 음식재료로 쓰이겠지.

주문한 버터 파스타가 나왔다. 음식사진 남기는데 인색한 나는 이런 실망스러운 음식을 기록해두지 않은 것을 후회해본다. 이런 음식에 비하니 우리 가게 식사는 너무나도 착하구나. 섭섭하게 적어 보이게 담긴 플레이팅이며, 뭔가 섭섭한 맛이며, 아 저 진열대 차고 넘치는 치아바타 한 조각이라도 함께 제공해주었다면, 아 뭐 누구나 다 하는 수제피클 세 쪽이라도 정갈하게 담아주었다면… 조금은 덜 섭섭했을까. 그래도 단골은 들고, 그들은 돈 쓰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는다.

울 가게가 이렇게 잰 척하지 못해 손님들이 가벼이 여기는 게 아닐까 고민하게 하는 간극이다.

섭섭한 건 이 집의 섭섭한 플레이팅이 아니라, 내 가게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것, 그것을 더 적극적으로 어필하고 있지 않는 아니 사실은 여전히 그 적절한 방법을 찾아내지 못한 내 자신이겠지.

기준이 뭔지 모르겠다.

그저 섭섭함이 넘치는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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