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아래 Mar 15. 2023

숲마마키친 : 갤러리를 시작하며

숲마마키친 갤러리 전시 노트 - 전시개요

    지난 2020년부터 우리모두는 영화속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싶은 팬데믹의 시절을 지내왔습니다.

모두가 어찌할 바를 모르고 갈팡질팡... 지나고나니 지금와서는 헛웃음이 날 지경이네요. 이런 혼돈의 시기에 누군가는 기회로 더 성장하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좌절과 불안을 감내하며 지내게 되었고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그 시기의 후폭풍을 겪고 있습니다. 음식을 제공하는, 특히 행사용 음식 출장이 주 업인 저 역시 팬데믹으로 수익없이 지출과 유지에 아등바등하던 시기를 지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2021년 겨울, 과연 지금 벌일 일인가를 반신반의하며 식당 매장을 오픈하게 되었습니다. 아는게 많아 피곤하게 사는 편이라 역시 쉽게 생각하고 시작해 예상보다 큰 예산으로 여기저기 손많이 가는 공사를 직접 진행하면서, 이 공간은 많은 손님들이 오가는 곳이니, 부지부식간 강제적 관람을 할 수 밖에 없는 생활밀착형 갤러리로 빈 벽에 여러 그림을 걸어야 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오래된 건물, 노출된 마감, 그러나 일부는 상반되지만 어울리는 정갈한 마감의 벽을 만들었어요. 


    그림을 거는 일에 대한 나의 로망은 사실 꽤 오래되었지만,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들면서,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하고 개인적 취향도 변화하면서 한 작가의 그림을 전작도 아닌 한 두점의 그림을 평생 소장하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갖게 되었어요. 한 개인이 여러 그림을 걸고, 일부는 보관도 하려면 꽤나 큰 공간이 필요할텐데 실제로 모두가 그렇게 여유있는 생활공간에 살고 있지는 않으니까요. 공간없이 그림을 갖는 것이 의미가 있는가 반문하며 든 생각이었어요. 또한 투자의 개념으로 작품을 거래하고, NFT라는 개념까지 도입되어 실물이 없는 작품소장이 가능해진 현재를 살아가는 중이지만, 여전히 사람으로 실물작품을 직접 눈으로보고 때로는 그 재료들의 물성을 촉각으로 느끼는 직접적인 감상은 누구나 가진 본성에 기인하여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일찍이 미술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알고 자신만의 감상법으로 작품을 접하는 일에 능숙할 것이고 또 누군가는 그 필요를 알 바 없이 문외한으로 살아갑니다. 당장 주머니에 생계를 이어갈 충분한 여유가 없다면 가장 먼저 끊어낼 수 있는 것이 문화적 소비일테니 미술작품을 감상하러 다니는 것 자체가 사치가 될 수도 있을 것예요. 문화생활이라는 것은 꽤나 안목과 여유, 시간할애가 필요한 일이니까요.


    그러니 쉽게 하루 한 번 식사를 해결하는 로컬식당에 마치 그 가게 인테리어의 일부가 아니었나 부지부식간에 접하는 작품 감상이라면 어떨까를 생각해봅니다. 따뜻한 공간에 걸린 그림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작가의 작품으로 바꿔 걸려있어요. 일주일에 한번 한 달에 서너번 오가는 식당에서 자신도 모르게 1년이면 대 여섯명의 작가의 각각 다른 그림을 보게 되는 것이죠. 그냥 밥먹으러 가는 식당에 말이에요. 최종적으로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전문 갤러리만큼은 못되겠지만 작품의 노출 빈도는 더 커지고 뜻밖의 바이럴도 생길 수 있지 않은가 식당을 갤러리로 운영하는 장점으로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림을 보는 안목을 가진 사람, 그 가게에 그런 그림이 걸려있었어? 하고 인식조차 못하는 무관심한 사람.. 어떤 사람이라도 일단 이 가게에 들어와 이야기를 나누고, 밥먹는 시간을 함께하는 동안에는 이곳 사장의 큐레이션으로 전시중인 작품에 모두 자동 노출되십니다. 감상에 대한 의무는 없습니다. 다만 당신이 있는 곳이 곧 작품과 작품사이 예술이 존재하는 곳이라는 것. 한 끼 식사시간에 채워가는 것은 하루 영양과 함께 내면에 잠재한 탐미욕까지 라는 것. 손님들이 많이들 발견하고 즐겨주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숲마마키친 갤러리 프로젝트 전시들 하나씩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눈오는날의 숲마마키친





숲마마키친은 서울 중구 장충단로에 위치한 캐주얼레스토랑으로, 여러 작가의 작품을 불특정다수의 손님들에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생활밀착형 프로젝트 갤러리로 함께 운영 중 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차분하고 따뜻하게 영롱이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