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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엄마 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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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아래 Jan 30. 2024

김장김치를 대신해 줘 깍뚝아

엄마난데 : 깍두기 

    지난해 말 아부지랑 나폴나폴 나들이를 다녀오시던 엄니가 인도턱에서 넘어지셔서 어깨뼈가 조각나는 사건이 있었다. 가게운영에 가장 큰 지출을 막고자 꾸역꾸역 엄니와 나 둘이서 열심히 장사에 매진하던 중이었고, 또한 1년 중 가장 매출이 좋은 10-11월을 지나는 중이었는데 그 상승세를 타려는 중에 엄니가 다치셔서  대비책도 없이 급 홀로 운영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상당히 고민 가득히 12월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다행히 첫 주는 오래버니가 와서 도와주고, 혹시나 하고 전화번호를 받아두었던 단골로 오던 동국대 학생이 알바로 같이 일해주게 되어 엄니는 수술 후 물리치료를 위해 맘 편히(?) 쉬실 수가 있었다. 언젠가는 닥칠 일이었지만 이건 좀 너무 갑자기여서 엄마 없는 하늘아래 아니고 엄니 안 계신 홀로 부엌을 꾸리느라 무척 허덕이게 되었다. 

    

    둘이 하던 일을 혼자 하려니 첫 몇 주가 어찌 지나갔는지 지난 두 달이 순삭이다. 이제는 나만의 루틴을 만들어 이리저리 잘해나가고 있는 중이긴 하지만 엄니 손맛에 의지하던 밑반찬부터가 고민이었다. 3가지 반찬을 매일 조금씩 바꾸어 준비하는 것 고작 세 가지 반찬이지만 매일 바꾸어 준비하는 건 나름 고민과 정성이다. 일단 1찬으로 김치류, 2찬으로는 초절임이나 장조림, 젓갈류, 그리고 3찬은 달걀말이 등의 요리류의 반찬을 준비하는데 이 1찬이 젤 걱정이었다. 지난 11월 집에서 담근 김장김치를 가져와서 3주를 썼는데 나는 도저히 이 귀한 김치를 가게 반찬으로 쓰는 게 너무 헤퍼서 아까운 마음에 손을 벌벌 떨며 치사하게 담아주게 되는 것이다. 먹는 사람은 몇 번을 더 먹지만 (더 먹는 건 좋아!) 안 먹는 사람은 아예 손도 대지 않으니 그냥 버리는 김치는 한쪽이라도 너무 아까운 것이다. 그리하여 버려져도 조금 덜 아까운 마음이 드는, 그리고 누구나 좋아하는 맛이라 에지간하면 모두 다 먹어주는 깍두기를 다시 한번 제대로 담가 보게 되었다는 그런 긴 서론이다.

    

    깍두기쯤은 먹어본 맛으로 레시피 없이도 만들지. 그러나 무 세 개 이상 분량의 양으로 한 번 담가 일주일 이상 먹을 양을 해야 한다면.. 망칠 수 없다. 오랜만의 처음엔 무 한 개로 시작, 숙성기간 조절 실패로 덜 든 맛에 냉장고에 넣어 애린 맛의 깍두기를 쓰게 되었다. 무 한 개 깍두기 두 번째는  엄마난데로 조목조목 물어가며 다시 담가본다.

미원과 뉴슈가
카나리가 뽀인트
깍두기 색 잘 나옴
석사가 담근 깍두기

오늘의 깍두기 레시피

큰 무 한 개 기준 

설탕 3t 

소금 3t

넣고 섞어서 물이 생길 때까지 절인다 약 30분


고춧가루 1T 

마늘 4쪽 간 것 

새우젓  1t

까나리액젓 1t

미원 약간


고춧가루를 먼저 넣어 비벼주어 색상을 내어준다. 이후 양념 넣고 다시 무쳐줌


상온에서 3일 이상 익힌다! (중요!)

국물도 버릴 수 없는 시원한 맛의 깍두기!


내가 1개 무 깍두기 담근 며칠 후 엄니가 오셔서 3개 더 담그셨는데 역시 엄니가 담근 건 맛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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