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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니아 Jun 15. 2024

일하는 엄마가 좋아요

아들엄마 연대기 Ep. 1 

아들은 엄마의 성공을 자랑스러워 한다.


워킹맘은 아이를 잘 키우는 임무 외에도 다니는 회사나 조직에 최선을 다해 성과를 보여주어야 하는 큰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 아이와 일 중에 무엇이 더 중요하냐는 바보 같은 질문이 아니어도 일하는 엄마에게는 매 순간이 갈등이고 죄책감이다, 나도 회사를 다닐 때 아이를 봐주던 도우미의 가족이 갑자기 입원하는 바람에, 일하다가 아이를 챙기러 집으로 달려온 적이 있고, 내일 당장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인데 아이가 아파서 밤새 열이 내리도록 물수건으로 아이 몸을 닦으며 한숨쉬던 적도 있다. 이런 슬프고도 답답한 상황은 모든 일하는 엄마들에게는 매우 자주 있는 일이다. 


육아 도우미가 그만둬서, 아이가 아파서, 아이가 학교에 적응을 잘 못해서 등의 무수한 이유 때문에 일을 그만두는 워킹맘 중 일 자체를 포기하고 싶던 엄마는 거의 없을 것이다. 출퇴근하면서 아이 얼굴도 제대로 못 보고, 동화책을 읽어줄 여유도 없이 바쁘게 살면서도 일을 놓치고 싶지 않은 엄마들이 훨씬 많을 테니까.

나도 마지막 회사를 퇴사하고 재취업할 수 있는 기회를 아이 양육과 맞바꾸었다. 제주도로 이주하면서 가장 걱정되는 것 또한 취직이었고, 혼자 사업을 시작하는 경우의 수도 고민했었다. 그러나 일을 다시 시작하려면 누군가 아이를 봐주어야 했고, 새로운 적임자를 찾는 것도 너무나 큰 숙제였다. 그래서 아이가 제주국제학교로 옮기면서 나는 다시 취직하는 것을 포기했다, 아직 일할 나이였고, 잘할 자신도 있었지만 40대 경단녀에 초등학생 아들이 있는 조건은 유리하지 않았다.


그때는 상황상 일을 다시 시작하지 않는 것이 맞다고 느껴졌다. 아이에게 전념하고 새로운 환경에서 전업엄마로 사는 것이 정답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름대로 그 상황에서 나는 열심히 아이를 돌보고 살림을 하고 제주도에 적응하려고 노력했다.

아이에게도 그것이 최선일 것이라 스스로 최면을 걸었지만, 어느날 아들이 내게 던진 질문에 그 최면에서 깨어났다.

“엄마는 왜 더 이상 일 안 해? 아이돌 홍보는 이제 못하는 거야?”

마지막 다니던 회사의 아이돌 그룹이 워낙 성공했기에 그만큼 나는 넘쳐나게 일이 많았지만 보람도 컸다.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 아들은 아마 은근 엄마를 자랑스러워했던 모양이다.

나는 당황한 표정을 들키지 않으려고 딴청을 부렸다.

“엄마가 너 더 잘 챙기고 시간 같이 보내려고 일 안하는거야. 너도 엄마랑 매일 같이 있으니까 좋지?”

내 해명과 확인에 대한 아들의 대답은 솔직했다. 그리고 그 대답은 내 마음에 영원히 커다란 구멍을 내버렸다.

“난 일하던 엄마가 더 좋은데? 바빠도 돈 벌고 멋있쟎아. 엄마 다시 일하면 안 돼?”


그랬다. 아들은 일 안하고 집에서 본인을 다정하게 돌봐주는 엄마보다, 일 하며 밖에서 바쁘게 뛰어다니는 엄마를 더 선호했다. 아들은 엄마의 성공을 함께 기뻐하고 자랑스러워한다는 것을 그 때 처음 알게 됐다. 열심히 사는 엄마의 모습이 아들에게는 본받을 어른이 된다는 것도. 나는 아들을 위해서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자신했지만, 결국 남은 것은 개인적인 아쉬움과 아들의 실망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금은 주위에 누군가가 일과 아이 사이에서 힘들어하거나 갈등하면, 나는 주저없이 일을 선택하라고 한다. 일을 포기하는 이유가 아이여서도 안 되고, 그럴 필요도 없다는 것은 이미 워킹맘들이 아이를 잘 키우고 있는 우리 주위의 많은 사례에서 증명되고 있다. 나 또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일을 절대 그만두지 않고, 일과 육아 모두 잘 할 수 있는 또 다른 해결책을 찾으려고 했을 것이다.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시간이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 일보다 아이를 선택해야 한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일과 아이 모두 선택해서 잘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크다. 일하는 엄마들에게 더 필요한 것은 본인의 희생이나 포기가 아니라, 정부와 지역사회, 가족들의 지원과 이해다. 


미국의 유명한 토크쇼 호스트인 오프라 윈프리가 말한 명언이 있다. 

“You can have all but not all at the same time." 

(당신은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다, 단지 그것을 한꺼번에 가지지 못할 뿐이다.)


이 말을 일하는 엄마의 딜레마에 적용한다면, 일과 육아를 동시에 성공하기는 어렵지만 언젠가 결국에는 모두 성취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저 시간이 조금 더 걸릴 뿐이다. 혹시 아들의 반항이, 사춘기가, 일탈이, 무뚝뚝함이 일하는 엄마 때문이라고 자책한다면, 절대 그러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아들은 자신만의 성장통을 겪고 있는 것이니 엄마는 일하는 직장인 또는 전문가로서의 성장을 계속 하면 된다고. 아들은 결국 엄마의 성공을 자랑스러워할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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