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옥상과 슈퍼마켓

by 진희


그날은 유독 햇볕이 따갑게 내리쬐어 살갗이 뜨거운 하복 입는 계절의 초 여름이었다.

빨간 체크무늬 치마와 펑퍼짐한 하얀 블라우스와 성별의 구분은 필요했는지 무심한 빨간 체크무늬

리본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정말 형편없는 교복이었다. 그래도 너와 나는 괜찮았어. 부모님이 갑자기 슈퍼마켓을 운영하게 되었다는 또 다른 나의 친구는 초록색과 검은색이 겹겹이 겹치는 체크무늬는 식탁보에서도 써먹지 못할 정말 더 형편없는 교복이었다.


우리의 반항은 그때부터였을까, 그놈의 형편없는 교복과 귀 밑 3cm 강제 단발규정은 정말 그 당시

치욕이었다. 판 고데기로 이렇게, 저렇게 머리를 쫙쫙 펴보아도 어떻게든 꼬아보아도 우리는 모두가 버섯송이들이었다. 그렇지만 우리는 너와 내가 서로 이쁘다며 칭찬일색을 하며 우리 셋은 정신만큼은 천하무적이었다.


한 명의 친구의 집은 다가구 주택의 집주인이었다. 이제는 많이 사라진 다가구 주택을 다시 복기하자면

빨간 벽돌에 초록 철문을 열쇠로 돌리면 바로 보이는 계단들이 층층이 1층부터 2층 3층까지

그리고 그 위에는 옥상. 정확히 말하면 집주인 딸이었던 친구의 집은 3층이었고 그 바로 위에는 옥상이었다.

다가구 주택은 꽤 큼직만 하고 높았기 때문에 정말 너무 좋은 최적의 우리들의 아지트였다.


우리는 간간히 심심할 때면 친구집에 책가방과 형편없는 체크무늬 교복치마를 던져버리고 체육복을

입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무엇을 했었냐면 그 당시 제일 우리가 재밌게 했던 것은

고스톱! 돗자리를 깔아놓고 10원짜리만 잔뜩 모아둔 돼지저금통 콧구멍을 뜯어서 우린 그렇게 도박판을 만들었다. 첫 번째 나름의 비행이었다.


첫 번째 비행이 슬슬 질리기 시작할 때쯤. 또 다른 나의 초록색 체크무늬 교복을 입은 친구가

부모님이 갑자기 슈퍼마켓을 운영하게 되었다고 다 같이 놀러 가자는 것이 시작이었다.

친구는 가끔 부모님을 도와 슈퍼마켓을 봐주었는데 그때마다 우리도 함께 알바 아닌 알바를 했었다

셋이 카운터에 있으면서 제일 많이 계산대에서 본 것은 담배였다.


"디스 플러스하나요"

"던힐 하나 주세요"

"말보로 레드"


우리 셋은 그렇게 담배이름을 한 자, 한 자씩 익혀가고 있었다. 유난히 이뻤던 말보로 레드는 우리 모두

제일 빠르게 익힌 담배 중 하나였다.


그래,

그때였다. 모든 조건이 갖춰진 것은 '비밀의 바깥 장소'와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담배'

아니 이 2가지 조건을 갖추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아는가!?

그런데 우린 모든 조건을 갖추었으니, 두 번째 반항을 슬슬 시동을 걸 때가 되었다.


한 명은 키를 잡고, 한 명은 액셀을 밟고, 한 명은 핸들만 조작하면 된다.

우리는 셋이니까 둘도 아닌 셋이니까 엄청난 천하무적이었다.


그때 우리 나이 열다섯이었다. 그렇게 우린 첫 흡연을 하였고, 맛은 정말이지

지독하게 형편없었다. 하지만 그 지독함 속에서 이상하게도 일탈의 쾌감이 피어올랐다.

만약, 담배가 맛있었다면 그건 아마도 소녀들의 사랑스러운 분홍빛 디저트였으리라

하지만, 담배는 역겨웠다. 그래 역겨웠기 때문에 촌스러운 버섯송이 소녀를 벗어던지고

퇴폐적인 섹시함과 멋짐을 담배 한 개비. 그 하나로 나의 원대한 이상향을 만들리라





keyword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