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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호령 May 29. 2018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사랑한다 말하던 입술이, 나만 담던 예쁜 두 눈이

 긴 겨울이 지나가고 따뜻한 봄이 찾아왔다. 거리에는 어린아이, 학생, 연인들까지 봄을 만끽하고 있었다. 나도 홀로 거리를 걷거나 친구들과 카페에 긴 수다를 나누면서 화창한 봄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렇게 봄이 지나갈 무렵 한 친구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이 친구는 지난가을 자신에게 그토록 바라던 남자 친구가 생겼다면서 나에게 가장 먼저 자랑한 친구였다. 그 후 연락은 자주 안 했지만, SNS를 통해 남자 친구와 잘 지내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문자도 아닌 전화로 연락이 온 게 조금 의아했지만 그녀의 전화를 받았다. 그녀는 내게 가장 먼저 한 말은 '잠시 시간이 있어?'라는 말도 아닌 '지금 시간 있어?'라는 말이었다. 요 며칠 사이 개인적으로 바쁜 일 있어 미안하다고 말을 하려고 했지만, 그녀의 목소리가 평상시에 내가 알고 있던 그녀의 목소리가 아닐뿐더러 정말로 절실한 목소리였다. 그렇게 그녀와 약속을 잡고서 그녀를 만나기 위해 약속 장소로 향했다.  


 

 버스를 타고서 그녀와 정한 약속 장소에 가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는 그녀는 밝고 착한 아이, 예의성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도대체 무슨 이유로 나를 만나자고 했는지 궁금했다. 버스를 타는 동안 그 질문에 대해 답을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답은커녕 추측조차 되지 않았다. 카페 안에 들어가자 그녀는 나를 먼저 보고서는 손을 흔들었다. 그녀와는 반년만에 만나는 것이었다. 우리 두 사람은 서로의 근황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녀의 모습이 좀처럼 불안해 보였다.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불안했고 계속해서 손을 만지작거렸다. 지난 반년 사이에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는 게 분명해 보였다. 하지만 그녀에게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가 직접 말하기를 바랐다. 근황 이야기가 끝나자, 우리 두 사람 사이에는 침묵만 흘렀다.


나 헤어졌어 

 침묵을 깬 사람은 그녀였다. 남자 친구와 헤어졌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내게 자신의 속 사정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자신은 그 남자를 정말로 많이 사랑했는데 그 남자는 이제와 자신에게 "사랑한다" 말했던 입으로 "헤어지자"라는 말을 했다는 것이었다. TV, 영화에서 많이 봤던 장면이었다. 이런 이야기는 주위 친구를 통해 많이 들었지만 직접적으로 들은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녀는 여전히 불안한 모습으로 나를 쳐다봤다. 위로를 해주고 싶었지만 내가 위로를 해주면 다음에도 똑같은 상황이 발생할 것 같았다.


네가 그 사람을 정말 좋아했던 건 알겠는데, 왜 사랑하기만 했어? 사랑 뒤에 이별이 있는 건 생각 안 해봤어? 


 그녀는 나의 말을 듣고서는 어떤 말도 하지 못했다. 그냥 한 숨만 크게 내쉬었다. 나 역시 그 말을 하고서는 마음이 편치 못했다. 하지만 그녀가 또다시 이런 일을 겪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 친구와 카페에서 헤어진 이후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 왜 우리는 사랑할 때는 사랑 뒤에는 항상 이별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 못할까? 그 이유는 그 사람을 너무 사랑해서, 그 사람은 나를 절대로 배신할 일이 없어서, 과연 진정한 사랑은 무엇일까? 그날 밤 난 그녀에게 짧은 문자를 보냈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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