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어, 그러니 너무 불안해 하지마
어렸을 때부터 주위 사람들에게 '넌 독특해' '넌 알다가도 알 수 없는 사람이야' '왜 그렇게 고민이 많은 거야?'라는 말을 유독 많이 들었다. 처음엔 별 다른 반응을 하지 않았다. 나도 사람인지라 계속해서 그 말을 듣게 되자 노이로제 걸릴 것 같았다.
한 번은 나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생각해봤다. 홀로 있는 것을 좋아하고 할 말은 다하고 생긴 거와 다르게 고민이 많은 사람이었다. 내 주위에 나랑 공통분모를 가진 사람은 없었다. 언젠간 내 주위에 나랑 비슷한 사람이 나타날 것이라 믿고 있었다.
군대 전역 이후 학교에 복학해서 조용히 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1학년 때부터 학과 생활을 선호하지 않았고 동기들과도 공통분모가 없어서 그런지 그다지 친하지 않았다. 1학년 때 교양 위주의 수업을 들어서, 이번 학기에 1학년과 새내기와 전공 수업을 같이 듣는 경우가 많았다. 자연스레 18학번 후배들과 이야기를 할 시간이 많았다.
그중 무척 놀랍게도 나랑 비슷한 유형의 후배가 있었다. 공통분모가 많다 보니 다른 후배와 다르게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학회 회의가 끝나고 평상시와 같이 배드민턴 동아리에 가려던 중 후배는 내게 오더니 "저도 배드민턴이 치고 싶어요"라고 했다. 그 날은 나 혼자가 아닌 후배와 같이 학교 체육관에서 배드민턴을 했다. 배드민턴을 치고 난 뒤 코트 밖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후배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느낀 점은 20살 때 모든 일에 불안하고 갈 곳을 못 찾는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 이제 20살인데 왜 그렇게 열심히 하는 거야? "
" 불안해서요, 다른 애들은 자신만의 강점이 있는데, 전 없는 거 같아요 "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리에 망치를 맞는 듯했다. 스무 살 때 내가 느꼈던 감정과 같았기 때문이다. 스무 살에 나는 항상 불안했다. 주위 친구들은 자신의 길을 찾는 것 같았다. 난 내가 어떤 길을 가야 할지 찾지 못해서 마음속은 매사 불안하고 초조했다. 후배도 마찬가지였다.
" 불안한 게 정상이야, 그런데 그렇게 열심히 하면 나중에 꼭 답은 나오게 되어있어 "
내가 후배에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말이었다. 스무 살 때 난 그 당시 가지고 있었던 불안함을 풀지 못할 것 같았다. 불안감만 가지고 있을 수 없었다. 나를 더 믿고, 더 열심히 했다. 완벽한 해답은 아닐지라도 어느 정도 답은 찾을 수 있었다. 지금 후배도 내가 겪었던 과정을 겪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