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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호령 Oct 22. 2017

만날 인연은 언젠간 만난다.

인연이 아니라고 자책하지 말자

남자는 그녀를 처음 본 것은 대학교 1학년 때였다.

두 사람은 같은 학교 학생이 아니었다.

봉사활동으로 만나게 되었다. 



봉사활동 학생이 많아서 그런지 

두 사람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없었다.

그날도 남자는 봉사활동을 끝내고서는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도 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에 모습을 보였다.

두 사람은 서로 눈이 마주치자 

어색한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두 사람 중 용기를 낸 사람은 다름 아닌 남자였다.

남자는 그녀에게 '오늘 고생 많으셨어요'라는 말을 했다.

그녀 역시 남자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했다.



남자의 용기 있는 한 마디로 두 사람은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짧은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그렇게 두 사람은 봉사활등을 하면서 조금씩 가까워졌다.



일주일에 하루 그것도 두 시간 봉사하는 것이었지만

남자에게 그녀는 흔적이 오랫동안 남는 사람이 되고 있었다.

1학년이 끝난 후 두 사람은 볼 수가 없었다.

남자는 군대를 가버렸고 여자는 바빠진 학교생활 탓에 봉사 활동에 나갈 수가 없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서로의 흔적을 잊을 수가 없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서로에게 남긴 흔적은 굉장히 강렬했다.



그렇게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남자는 간혹 그녀의 안부가 궁금했다. 

하지만 남자가 아는 거라곤 그녀의 학교랑 나이밖에 몰랐다.

그 흔한 이름조차 물어보지 않았다.



남자는 그녀가 자신하고 이어질 인연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저 태연하게 잊자고 다짐했다. 



남자는 대학교를 졸업한 후 평범한 직장인이 되었다.

이른 시간에 퇴근 한 남자는 문득 한강에 가고 싶었다.

그렇게 발걸음을 집이 아닌 한강으로 향했다.



남자의 눈에 8월 밤의 한강은 너무 이뻐 보였다.

한참을 한강을 바라보다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버스 정류장에서 도착하여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또다시 남자는 그녀가 생각났다. 

과연 그녀는 뭘 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한 여자가 황급히 버스정류장으로 뛰어왔다.


그런데 그 여자는 남자가 그토록 궁금하던 그 여자였다.

하지만 여자는 남자는 신경 쓰지 않은 채 가방에서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남자는 그녀에게 살며시 다가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 오늘 고생 많으셨어요 "



남자의 말을 들은 여자는 고개를 돌렸다.

다행히도 여자는 남자의 얼굴을 기억했다. 


두 사람 사이에는 서로의 안부가 오고 갔다.

여자는 자신이 탈 버스가 올 시간이라 말했다.

남자는 이번이 아니면 두 번 다시 그녀를 못 볼 거 같았다.



" 괜찮다면, 연락처 알 수 있을까요? "



여자는 기다렸다는 듯 미소를 지은채 

남자에게 번호를 알려줬다.

그러고서는 도착한 버스를 타고서는 가버렸다. 

남자는 집에 도착하여 그녀에게 문자를 보냈다.



' 몇 년만에 봤는데 왜 한 번에 번호를 알려주신 거예요? '



여자는 답장이 없었다. 남자는 자신이 실수를 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핸드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그녀의 문자였다. 남자는 조심스레 문자를 확인했다.



' 저한테 연락처 물어본 이유랑 제가 가르쳐 준 이유가 같을 거라 생각하는데요? '



남자는 그녀의 문자를 읽고서는 살며시 미소를 지은채

핸드폰만 잡고 있었다. 어떤 답장을 보낼지 고민하던 중 

그녀에게 또 한 통의 문자가 왔다.



' 토요일에 봉사하던 곳에서 봐요'



그녀의 문자를 확인한 남자는 알겠다는 답장을 보냈다.

남자는 자신의 캘린더에 그녀와의 봉사활동을 체크했다.

아마 서로의 흔적은 두 사람을 다시 만나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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