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the economy, stupid!” 1992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빌 클린턴 후보가 여당인 공화당 후보이자 현직 대통령인 부시 대통령을 향해 던진 말이다. 이 구호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옮겨 본다면 “It's the culture, stupid!”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 정말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문화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을 비롯한 각종 첨단 기술의 발전 속도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산업 흐름도 이에 보폭을 맞춰 걸음을 재촉하며 모든 분야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당면 과제로 꼽고 있다. 그런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성공확률은 얼마나 될 것인가? 맥킨지의 보고서에 따르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대한 수년간의 연구에서 변화의 성공률은 30% 미만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이테크, 미디어, 통신과 같이 디지털에 정통한 산업조차도 성공률이 26%를 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추진할 때 가장 저지르기 쉬운 실수로 ‘디지털’에 현혹되는 것을 꼽는다. 다시 말해서 기술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사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방점은 ‘디지털'보다는 오히려 ‘트랜스포메이션'에 있다. 정말 어려운 것은 조직의 DNA를 바꾸는 탈바꿈시키는 과정이다. 2020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애널리틱 서비스가 고위 임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약 63% 응답자가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한 노력에서 문화적 과제를 가장 큰 장애물로 꼽았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이 약 40건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평가한 결과, 혁신을 통해 강력한 재무적 성과를 보고하는 기업의 비율이 문화를 소홀히 하는 그룹(17%)보다 문화에 중점을 둔 그룹에서 5배(90%)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적인 IT 전문기관인 가트너의 연구결과도 마찬가지이다. 디지털 야망을 달성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장애물은 문화였다.
많은 조직에서 기술 도입만 했을 뿐인데 마치 디지털 혁신이 완료되었다는 착각을 한다. 디지털 혁신은 일회성으로 무엇을 바꾸거나, 새롭게 도입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변화를 유지하고, 지속적으로 변화를 만드는 역량을 의미한다. 변화를 만드는 동인은 구성원의 마음가짐과 조직문화가 핵심이다. 문화는 조직에서 일이 수행되는 방식을 정의하는 가치와 특징적인 행동 집합으로 구성된다. 건강한 문화는 개인이 상황에 시의적절하게 행동하여 조직의 목표와 전략을 발전시키는 선택을 하도록 한다.
MIT슬로언리뷰와 딜로이트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디지털화에 적극적인 기업들은 디지털 문화를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과거에는 ‘위험을 최소화하고, 낭비를 절감하기 위해’ 노력했다면 지금은 ‘실험과 속도를 강조하고, 리스크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협력과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과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이 중요해졌다. 위의 차트를 보면 디지털 성숙도가 높은 조직과 낮은 조직, 보통 수준의 조직의 위치가 그려져 있다. 여러분의 조직은 위 그래프에서 어디쯤 위치하는지 꼭 한번 그려 보기 바란다.
코로나 19 이후 많은 조직이 업무 절차를 비대면으로 바꾸고 있다. 구성원들에게도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디지털 조직으로 변신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업무용 모바일 메신저, 화상회의, 전자결재 등 다양한 협업 솔루션에 투자가 증가했다. 그런데 혹시 여전히 문서를 출력해서 결재판에 끼워서 보고하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한다면 이러한 변화는 정착되기까지 긴 시간이 걸릴 것이다. 대면보고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메신저 몇 줄이면 해결할 커뮤니케이션을 그럴듯한 보고서를 만들기 위해 긴 시간을 쓰고 있다면 디지털 문화에는 적합하지 않다. 디지털 조직은 기존 조직에서 볼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의 투명성과 상호 작용을 통해 빠른 디지털 작업 속도를 만들어야 한다.
디지털 문화를 배양하는 것은 아마도 디지털 전환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일 것이다. 기술을 도입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고 시간이 덜 걸리지만 조직 문화를 변화시키려면 인내가 필요하다. 변화 여정의 첫출발은 직원을 교육하는 것이다. 구성원들에게 디지털 기술과 변화 프로세스, 이를 통해 조직이 얻을 수 있는 장단기 이익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 이를 통해 직원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정의해야 한다. 기업이 중요한 행동을 명확하게 정의하고 직원이 이를 준수하면 조직은 강력한 문화를 실현하고 결과를 거둘 가능성이 높아진다. 필요하다면 적합한 외부 컨설턴트, 주제 전문가, 전문 강사를 초빙하여 직원이 새로운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교육 / 워크숍을 수행해야 한다.
다음으로 직원이 실험을 배우고 실패하도록 장려하는 풍토를 조성하는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 포용적 리더는 구성원들이 가치 있게 여겨진다는 인식을 줌으로써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을 제공한다. 심리적 안전감이란, 두려움을 느끼지 않고 타인에게 실패나 약한 모습을 보여도 괜찮다고 여기는 감정을 뜻한다. 쉽게 말하면 “나 사고 쳤다"라고 말할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 기꺼이 도움을 구할 수 있는 용기와 같다. Pixar의 창업자인 애드 캣멀은 포용성을 통해 심리적 안전감을 만들어내기 위해 두 가지 노력을 해왔다. 첫 번째는 행동이다. 캣멀은 항상 이런 말을 하곤 했다. “내가 저지른 실수가 뭐냐면..”. 리더가 먼저 자신이 실수하고 실패할 수 있는 인간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구성원에게 오픈하는 것이다. 다수의 연구에서 리더의 솔직함과 겸손이 포용적 리더십의 중요한 선행요인으로 밝혀져 있다.
캣멀은 서로에게 솔직한 피드백을 줄 수 있는 미팅 분위기를 만들었다. 그는 이런 말을 개의치 않았다. “처음 우리 영화들은 다 구렸어. 정말 별로였다고.” 리더의 이러한 태도는 구성원이 실패로부터 배우고 그것을 혁신으로 바꾸는 여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직원의 디지털 역량 digital dexterity을 강화시켜야 한다. 구성원의 잠재력을 향상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들에게 직접 운전대를 맡기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직원들에게 디지털화가 어디에서 채택될 수 있고 채택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발언권을 주는 것을 들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현장의 직원들이 디지털화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안할 때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성공을 실현할 가능성이 약 1.4 배 더 높아진다고 한다. 일상 업무에서 디지털 도구를 채택하여 조직 전체에서 정보에 더 쉽게 액세스 하는 디지털 업무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구성원의 디지털 접근성을 높이고 즐거움과 유용성의 사용자 경험을 쌓아가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전문 개발자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와 협업할 수 있는 현장의 시민 개발자(Citizen Developer), 시민 데이터 사이언티스트(Citizen Data Scientist)를 확보할 수 있다.
민간기업과 공공기관을 막론하고 모든 조직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시대적 화두 앞에 놓여 있다. 전통적인 위계 구조, 의사 결정 권한, 직원 간의 경쟁과 협력에 대한 근본적인 견해에 도전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러나 지금 성공적인 디지털 문화를 형성한다면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성과에 투자하면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여전히 많은 조직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그럴듯한 사업계획의 보고서나 첨단 기술의 도입에서 답을 찾는다. 그러나 이미 많은 변화에서 증명했듯이 혁신의 완성은 그 일을 둘러싼 사람들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