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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샘 Jul 13. 2021

메타버스 시대, 오피스의 미래


 2000년대 초반 온라인을 강타했던 추억의 싸이월드, 다 기억하고 계신가요? 네 저도 거기에 많은 흑역사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이나 마이스페이스를 쓰기 이전에 한국은 이미 싸이월드를 많은 사용자가 쓰고 있었죠. 그때만 해도 이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질 줄은 몰랐습니다.


우리가 싸이월드를 사랑했던 이유 중 하나는 아바타였습니다. 텍스트가 중심인 페이스북이나 이미지가 중심인 인스타와 가장 다른 지점이기도 합니다. 싸이월드 미니홈피 메인화면에는 나를 대신한 ‘미니미'가 놓여있었습니다. 사용자는 미니미 꾸미기 기능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또 파도를 타며 다른 미니 홈피를 구경하기도 했습니다. 미니미는 실체가 없는 온라인 공간인 미니 홈피를 더더욱 나만의 공간으로 느끼게 하는데 큰 도움을 줬습니다. 네 저도 도토리 참 많이 샀어요.

추억의 싸이월드, 우리 모두의 흑역사가 여기 어딘가 있겠지.


 지금 생각해보면 싸이월드는 메타버스까지 가미했던 꽤 매력적인 서비스였어요. 아, 그런데 메타버스가 뭐냐고요? 메타버스는 가상·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입니다.  현실과 비현실이 공존하는 가상세계를 지칭하는 광범위한 개념으로 사람들이 아바타를 통해 사회ㆍ경제ㆍ문화적 활동을 할 수 있는 가상세계를 의미하죠. 


  쿠팡과 비슷한 시기에 상장한 “로블럭스”를 보면 메타버스의 가능성을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로블록스는 상장 직후 시가총액이 약 80억 달러(약 43조 원)를 넘겼는데, 이는 심즈, 배틀필드, 피파 시리즈 등 수많은 히트작을 보유한 일렉트로닉 아츠(EA)의 시총인 375억 달러를 웃도는 규모입니다. 로블록스는 이용자들이 레고처럼 생긴 아바타가 돼 가상세계에서 활동하는 게임인데요. 다른 이용자와 함께 테마파크 건설 및 운영, 애완동물 입양, 스쿠버 다이빙, 슈퍼히어로 경험 등을 해볼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 16세 미만 청소년의 55%가 가입했고, 유튜브도 2.5배나 많은 시간을 여기서 소비한다고 하니까요. 엄청나죠.


 한국에는 이미 네이버 제트에서 운영하는 제페토라는 서비스가 있습니다. 제페토의 가입자는 2억 명에 달하고, 90%가 해외 사용자입니다. 10대 사용자 비중은 80%다. 가장 먼저 제페토와 손을 잡은 곳은 엔터기획사인데요. YG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는 각각 50억 원을,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70억 원을 투자했습니다. 이미 블랙핑크, BTS 등 유명 그룹의 아바타로 홍보효과를 누릴 뿐 아니라 공연을 공개하고 사인회를 열고 있습니다. 


좋아요, 메타버스가 굉장히 핫한 트렌드인 건 알겠어요. 그런데 우리 일상 하고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음, 그런데 여러분 재택근무는 잘하고 계신가요? 벌써 길게는 1년 가까이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회사도 있을 텐데요. 한국뿐만 아니라 실리콘밸리도 재택근무가 꼭 반갑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재택근무에 대해 바라보는 시각은 테크 기업들 사이에서도 많이 엇갈리죠. ‘규칙 없음’으로 유명한 넷플릭스의 헤이스팅스마저 재택근무는 어떠한 장점도 없다고 말하곤 하니까요. 



<스페이셜>의 서비스 시연장면

 재택근무의 가장 어려운 점 중 하나는 아이디어를 나누는 복잡한 대화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만나서 얘기하면 쉽게 풀릴 문제인데 비대면 상황에서는 커뮤니케이션 더 오래 걸리거나 충분히 뉘앙스가 전달되지 않는 것이죠. 물론, 화상회의와 협업 툴, 메신저, 이메일이 있지만 그래도 제스처나 행동, 목소리 톤 등 일상 대화가 주는 미묘한 느낌까지 파악할 수는 없겠죠. 그러나 저는 향후에는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스페이셜>은 미국에 기반을 둔 스타트업이자 VR 애플리케이션의 이름입니다. 셀카 한 장을 머신러닝으로 처리해 본인의 얼굴을 본뜬 3D 아바타를 생성하여  VR기기를 연동하거나, 컴퓨터를 통해 회의를 개설하고 참여할 수 있습니다. 영화에 흔히 등장하는 3D 홀로그램 회의에 더 가까운 느낌입니다. 기존 메신저나 화상회의에서는 전달되지 않았던 손짓이나 행동까지 반영되니까요. 이러한 메타버스 기술을 단순히 회의에서만 쓰지는 않을 겁니다. 특히 기업교육 장면에서 우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게임 베이스드 러닝, 게이미피케이션을 해왔죠. 최근에는 AR, VR을 활용해서 교육을 진행하는 사례도 많죠. 실제와 똑같은 가상의 환경을 구현한다면 교육프로그램의 효과는 당연히 더 좋아질 수밖에 없겠죠.


 저는 언젠가는 정말 가상의 공간으로 출퇴근하는 시기가 오지 않을까 상상합니다. 그때는 직접 만나자고 하면 오히려 당황하지 않을까요? 마스크를 쓰고 다닌 지 불과 1년 남짓인데도 마스크를 벗은 모습이 오히려 어색한 것처럼요. 하루에 1~2시간씩 걸려서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은 사라지고 집에서 근무하는 게 당연한 시대가 되겠죠. 그때가 되면 이제 온라인 속의 내가 나인지 물리적으로 실존하는 게 나인지 혼동될 것 같아요. 영화 매트릭스처럼요. 


 잠깐 먼 미래의 상상을 좀 해봤습니다. 어쨌든 메타버스 기술이 발달할수록 비대면 업무는 점점 더 대면 업무와 같은 환경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 미래가 조금 두렵기도 합니다. 이제 누가 재택근무할 때 얼마나 놀았는지 얼마나 생산성이 높은지 지금보다 더 잘 알게 될 것 같거든요. 대표적인 메타버스 세상인 게임 속에서 우리는 지금 회사에서 하는 것보다 훨씬 더 엄격한 성과 평과가 가능하잖아요. 게임이 끝나고 나면 누구 우리 편을 쏜 건지, 누구 때문에 졌는지, 누가 손이 느린지 다 알 수가 있습니다. 


손 빠르기 좀 안 나왔으면.. 창피


 메타버스에서는 모든 것이 기록되고 분석될 수 있을 테니까요. 지금도 어떤 물류센터에서는 시스템을 통해 사람을 실시간으로 경쟁시키고 처리속도가 떨어지는 직원한테는 바로 경고 메시지를 날린다고 하죠. 화장실도 못 가고 일을 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과로사가 많이 나올 수밖에 없겠죠. 메타버스에서는 이런 일들은 더 심해지지 않을까 합니다. 그때 아마 이렇게 말하겠죠. 아 옛날이 좋았어. 


 이제 마무리하겠습니다. 지금 메타버스라는 키워드가 핫하지만 아마 앞으로 어느 정도의 시간은 그 발전 속도에 실망도 할 것입니다. 우리가 기대하는 수준까지 진보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겠죠. 그렇지만 또 어느 순간 코로나와 같은 이벤트로 갑자기 눈앞에 다가올지도 모를 일이죠. 더구나 한국은 이미 메타버스 세상에 아주 능숙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많은 분들도 저와 같이 수많은 성을 함락시키고, 괴물들을 사냥해왔지 않습니까!


 메타버스에 대해서는 꼭 관심을 가져보시기를 권합니다. 또 비즈니스 모델뿐만 아니라 앞으로 변화할 일터에 대해서도 다양한 상상을 해보셨으면 좋겠네요. 그럼 오늘도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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