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코로나 19 이전의 세상을 그리워합니다. 자유로운 여행과 외출, 가까운 이들과의 부담 없는 모임, 얼른 마스크를 던져버리고 그런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어 합니다. 그렇지만 코로나 19 이전으로 회귀하기를 원치 않는 것도 있습니다. 바로 “재택근무, 원격근무”입니다. 사실 많은 기업이 팬데믹 상황에서 재택근무를 원치 않은 상태에서 시작했습니다. 재택근무는 ‘가능한 최소인원만, 피할 수 없을 때만' 하던 것이었기 때문이죠. 모든 일상에서 원상복귀를 바라지만 ‘재택근무'만큼은 놓고 싶지 않습니다. 저만 그런가요, 하하.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약 9개월간 미 나스닥(NASDAQ) 상장기업 직원 1만 6000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 결과 재택근무 시 생산 효율성이 사무실 출근 대비 약 13%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특히, 노동자들의 업무 만족도 개선 효과가 컸습니다. 굳이 연구결과를 인용하지 않아도 재택근무를 해보신 분이라면 출퇴근 시간, 준비하는 시간을 아끼면 얼마나 많은 여유가 생기는지 잘 알고 계실 거예요.
글로벌 회계·컨설팅 법인 EY의 2021 Work Reimagined Employee Survey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직원의 절반 이상이 팬데믹 이후에 근무환경의 유연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퇴사를 고려할 것이라고 합니다. 다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군요. 그래서 글로벌 주요 기업들이 ‘재택·원격근무’를 두고 고민에 빠졌습니다. 이를 ‘뉴 노멀(New Normal)’로 받아들일지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는 것이죠.
미국 기업들 사이에선 ‘혼합형(hybrid) 재택근무’ 도입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은 흐름에 맞춰 기업들 사이에선 ‘혼합형(hybrid) 재택근무’ 도입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1주일 중 며칠은 사무실로 출근하고 나머지는 재택근무를 하는 형태로, 동료 간의 유대감이 부족해지는 재택근무의 단점을 보완하겠다는 의도가 담겨있습니다. 미국 금융 회사 푸르덴셜이 지난 3월 미국 노동자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응답자 68%가 혼합형 근무를 가장 이상적인 모델로 언급했고, 특히 밀레니얼·Z세대 직원들이 혼합형 근무를 가장 효과적인 근무 형태로 꼽고 있습니다. 구글의 CEO 순다르 피차이(Sundar Pichai)는 이에 대해 블로그를 통해서 근무 환경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공유했습니다. 피차이는 “다양한 업무 환경에서 효과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근무 공간을 재설계하고 있다”라고 밝힌 것이죠.
PwC가 120명의 경영자와 1,200명의 사무직 노동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2020년 6월 「미국 원격근무 조사(US Remote Work Survey)」 에서 68%의 응답자는 여전히 사무실은 필요하다고 응답하였습니다. 사무실이 필요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28%와 22%가 각각 “프린터 등 장비가 필요해서”와 “자료들이 디지털화되지 않아서”라고 응답했고, 가장 중요한 이유는 “협업이 필요해서”였습니다. 이는 온라인 회의 등 비대면 방식의 협업이 전통적인 방식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혼합형(hybrid) 재택근무’ 환경을 대비해서 HR은 무엇을 해야 할까요? 우리는 준비가 부족한 재택근무는 오히려 생산성을 저하시킨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스탠퍼드 대학교의 니콜라스 볼룸 교수가 실시한 연구 결과, 비대면 방식으로의 전환이 용이한 업무를 수행하는 관리직과 전문직, 금융서비스 종사자들은 재택근무의 업무효율에 큰 차이가 없었으나, 소매업과 의료업 등 고객을 직접 응대할 필요가 있거나 특수한 장비가 요구되는 직종에서는 업무효율 감소가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HR은 먼저 구성원에게 하이브리드 업무 환경과 목적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시켜야 합니다.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으로 인해 생성된 새로운 작업 환경에서 인력이 보다 민첩해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긍정적인 일과 삶의 균형을 지원하려는 기업의 취지를 설명해야 합니다. 구성원은 재택근무가 ‘권리'가 아니라 기업 경쟁력을 위한 ‘일하는 방식'의 재편으로 인식해야 우리 회사에 가장 적합한 근무형태를 지속적으로 개선해나갈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누가 재택근무에 적합한지 식별해야 합니다. 대면 접촉과 개인적인 접촉이 필수적인 특정 영업 역할과 같은 일부 역할에는 재택근무가 적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정책을 통해 이를 명확하게 하고 근거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이브리드 작업에 적합한 역할이 명확할수록 하이브리드 작업을 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직원 간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줄어듭니다. 또 이를 차별적으로 느끼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근무장소와 관계없이 직원에게 자율성과 유연성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근무형태에 적합한 인사정책을 수립해야 합니다. 고정된 형태의 8시간 근무체제는 재택근무와 어울리지 않습니다. 또 획일적인 하이브리드 근무 일자 사용 정책은 오히려 유현성을 훼손할 수 있습니다. 재택근무는 근로자에게 재량권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니콜라스 볼룸 교수가 실시한 조사에서 재택근무에 대한 수요는 다양하고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응답자들은 평균적으로 일주일에 2일 재택근무를 원했으며 20%는 재택근무를 거부한 반면 25%는 상시 재택근무를 원했습니다. 재택근무를 신청한 직원 중 일부는 실험이 진행됨에 따라 외로움과 효율 성 저하를 경험하고 사무실로 복귀하길 희망했습니다. 무엇보다 효율적인 성과 평가체계는 재택근무가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한 필수조건입니다. 성과가 좋지 않은 직원에게 재택근무를 허용하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야후(Yahoo)는 효율적인 평가체계를 갖추지 않은 채 재택근무를 시행하여 제도의 안착에 실패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코로나19의 확산은 업무환경의 유연성을 테스트하는 실험을 촉진했습니다. 그리고 그 거대한 실험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재택근무가 포스트 팬데믹 시대의 뉴 노멀로 자리 잡을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재택근무의 보편화가 앞으로 우리의 일상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HR정책은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럼 이번 달도 건투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