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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샘 Mar 19. 2023

혹시, 감정표현을 억제하고 있나요?

“제 장점은 업무에 감정을 섞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성격검사 워크숍 중에 참가자에게 스스로 장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어보았을 때 돌아온 대답이었다.

“상대방의 감정을 느끼는 데 둔하신 건가요? 아니면 감정을 느끼지만 표현하지 않는 것인가요?”

“느끼지만 표현하지 않아요.”

“혹시 그러한 부분이 스스로 힘들지는 않으신가요?”

“조금요..”

여러 사람이 참하는 워크숍이라 자세한 얘기를  나누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분에게 전하고 었던 얘기를 남겨본다.



 조직생활에서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진다. 원활한 사회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감정표현을 억제해야  때가 많다. 상황을  악화시키거나 충돌을 회피하고 싶기 때문이다. 사회적 역할과 위치감정을 자제하고 침착함을 유지할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감정적인 사람은 침착한 사람에 비하여  전문적이라고 느껴진다. 최근의 사회 트렌드 역시 뜨거운 것보다는 쿨함을 요구한다. 침착하고 무심한 태도를 보여주는 것을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감정을 표현하지 않으면 머리가 나빠질지도 모른다. 워싱턴 대학의 심리학자 제인 M. 리처드 박사와 스탠퍼드 대학의 제임스 J. 그로스 박사의 연구결과, 감정을 조절하려는 노력들이 특정 사건에 대한 인지를 흐리게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실험대상자에게 싸움 장면을 잠깐 보여주고, 절반에게는 장면을 자세히 보고 보는 동안 감정이나 느낌을 표현하지 말라고(표현억제그룹)하고, 나머지 사람들에게는 단지 장면을  보라고만 말하고 감정억제를 하라는 식의 주문은 하지 않았다. 실험 결과, 표현억제그룹은 다른 사람들 보다 대화내용을  기억하지 못했다. 미국 유타대의 실험에서도 감정표현을 억제하는 그룹에서 도형설계유창성, 단어유창성 등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인지 기능의 결과를 나타냈다. 감정표현의 억제는 뇌의 인지자원을 많이 필요로 하는 고도의 실행기능이다. 따라서 다른 실행기능에 필요한 인지자원이 부족하게 되며 고차원적인 인지기능을 수행하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감정 표현을 자제함으로써 대인관계는 좋아질지 모르지만  뇌는   돌아가지 않게 된다.


 감정을 너무 자제하는 것은 문제가 된다. 우리는 감정을 완전히 억제하거나 숨기는 것이 반복되면 정신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적절한 감정의 표현은 현대인에게 매우 중요하다. 사회적으로 충분히 감정을 표현하기 어렵다면, 가까운 친구나 가족과 이야기를 나누며 감정을 표현하는 시간을 갖는 것을 권한다. 소중한 사람들과의 소통은 놀랄 만큼 치유력이 있다. 감정적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사람들과 둘러싸이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일상 속에서는 일기를 작성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일기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인정할 수 있다.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한 번에 되는 것이 아니다.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자신에게 시간을 주고 차근차근 실천하면 우리는 조금 더 가볍게 살 수 있을 있지 않을까.


 사람은 감정이 있기에 사람이다. 나의 감정과 그 감정을 느끼는 자신을 조금 더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는 우리의 감정에 조금 더 관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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