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이 속해있던 브런치 북 <AI 시대, 우리 아이 교육은?>을 책으로 출판하게 되었습니다.
https://wikibook.co.kr/aiedu/
"앞으로는 어떤 직업이 유망할까"라는 질문은 인간사에 가장 중요한 질문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새로운 기술을 발전시키며 인간의 생활 방식이 바뀌는 것은 인류 역사에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산업 혁명을 거치면서 농업 중심에서 공업 중심의 사회가 되어 농부보다는 기술자나 공장 노동자가 늘어났고, 자동차나 기차 같은 교통수단이 생기면서 마부나 인력거꾼 같은 직업은 사라졌습니다. 자동화가 점점 더 늘어나면서 버스표 판매원, 은행 창구 직원, 음식 주문원 같은 직업 역시 없어지거나 줄어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기술로 인해 새로 생겨나는 직업도 생각해보면 엄청나게 많습니다. 컴퓨터 프로그래머, 기계 수리공, 인터넷 사이트 관리자, 온라인 쇼핑 판매원, 프로 게이머, 유투버,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 등은 멀건 100년, 짧게는 5년 전에는 없었던 직업입니다. 이처럼 역사를 보면 인간 사회에서의 직업은 생물처럼 멸종하고 진화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오늘 글은 AI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새로운 직업 몇 가지를 소개 시켜드리려고 합니다!
1. AI 연구자/개발자
머신 러닝 (machine learning)이라는 학문의 발전으로 엄청난 성장 가도를 보이는 직종입니다. 미국 및 중국 같은 나라들은 이미 정부나 대기업 차원에서 AI 전문가를 육성하고 고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네이버, 카카오, 삼성, SKT 등 대기업뿐만 아니라 AI대학원을 신설하는 등 많은 투자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물론 그만큼 빠르게 인력 풀을 늘릴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겠지만요)
AI 연구자는 새로운 모델을 개발하여 세계적인 학회에서 연구를 발표하고 교류하는 데에 집중하는 직업입니다. 다른 분야와는 다르게 머신러닝 학계는 대학들보다 구글, 페이스북, 알리바바 등 IT 공룡들이 학계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더 많은 데이터와 컴퓨팅 리소스를 확보하는데 유리하기 때문에 많은 인재들이 기업 연구소로 몰리고 있습니다. AI 연구자가 되려면 거의 대부분 석박사 연구 경험이 있어야 하며, 수많은 대학생원들이 졸업 후 또는 학기 중 인턴으로 기업으로 유입되고 있습니다.
AI 개발자는 기존에 있는 연구들을 보고 응용하는 직업입니다. 점점 더 연구와 개발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으나 개발자는 좀 더 실제 제품에 가까운 일을 합니다. 머신러닝 분야는 학계에서 발표되는 연구가 1~2년 안에 실제로 산업에서 사용되는 경우도 많기에 AI 연구와 떼어놓을 수는 없는 직업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또 개발도 해야 하기 때문에 프로그래밍 실력도 어느 정도 갖추어야 합니다.
저희 큰 아들 같은 경우에는 석사 때 AI 연구를 하고, 졸업 후에는 AI 개발자가 된 경우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는 Google에서 컴퓨터 언어학자 (Computational Linguist)라는 직책을 가지고 있는데, 이름은 AI 연구자 같으나 하는 일은 좀 더 AI 개발과 가깝다고 하니, 두 직업 사이의 경계가 얼마나 희미한지 알 수 있습니다.
[DEVIEW 2019] 네이버, 아시아-유럽 잇는 ‘AI 연구 벨트’ 만든다 (https://platum.kr/archives/130366)
2. 빅데이터 (Big Data) 시스템 개발자 / 관리자 / 과학자
"데이터는 새로운 석유"라는 말이 있습니다. 산업 혁명의 주축이 된 공장과 기계는 석유로 가동했지만, 4차 산업혁명의 주축인 AI는 데이터로 가동되기 때문이죠. 그만큼 질 좋고, 양이 많은 빅 데이터 그리고 이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현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해졌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빅데이터 시스템 개발자와 관리자의 수요가 점점 더 많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데이터 과학자 (Data Scientist)는 통계와 머신러닝을 이용하여 데이터를 분석하고 사업에 필요한 인사이트를 뽑는 일을 합니다. 이러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전략을 짜 기업의 이윤을 증대시키는 것이 이제는 핵심적인 전략이 되었습니다. 이를 트렌트를 반영하여 최근 몇 년 사이 데이터 과학자는 미국에서 IT 직종 중 평균 보수가 상당히 높은 직종으로 평가되었습니다.
전 세계 데이터 과학자 평균 연봉 (https://www.kaggle.com/kaggle-survey-2019)
3. AI 모델 트레이너 / 검증인
헬스 트레이너는 들어봤는데 AI 모델 트레이너는 아직 못 들어보셨죠? AI가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분야는 로봇입니다. 이미 제조 현장에는 많은 로봇들이 활용되고 있는데요. 이제는 로봇을 제어하기 위해 컴퓨터를 통해서 하는 게 아니라 직접 사람이 움직여서 가르쳐주는 시대가 올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많은 연구들이 사람이 로봇에게 동작을 시범으로 보이거나 같이 함으로써 학습을 시키는 방식을 개발 중입니다. 나중에는 사람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로봇을 가르치는 학원이 생길지도 모르겠네요.
더 나아가, AI 모델이 실제로 제품으로 출시되기 전에 많은 검사를 거칩니다. 어떤 검사는 사람 없이 자동으로도 가능하지만, 어떤 검사는 사람의 판단력이 들어가야 할 때도 있습니다. 이를 human evaluation이라고 합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AI 모델이 학습 데이터 안의 인종이나 남녀 차별을 배우는 등 문제가 나타나는 경우도 있어 별도의 모델 검증을 필요로 하기도 합니다. 자율주행 자동차 같이 하나의 에러가 인명 피해 같은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AI 모델들은 더 많은 검증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일을 하는 직업에 대한 수요가 많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기존의 Quality Assurance (QA) testing이 AI 시대에는 이러한 방향으로 발전할 수도 있겠네요.
4. AI 관련 법률 전문가
새로운 기술에는 새로운 법률이 필요합니다. 안전 같은 문제를 방지하기 위한 규제도 필요할 것이고, 스마트폰이나 IoT 기기를 통해 점점 더 많이 쌓이는 데이터에 대한 사생활 침해 논란도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은 과거에는 없었던 것이기 때문에 법률이 따라가지 못한다면 사회에 큰 혼란을 줄 수 있습니다. 데이터에 대한 소유권 및 저작권, 그리고 AI 관련 특허 등 여러 가지 새로운 법리적인 논란이 생길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정부 차원에서 AI 산업을 육성을 장려하려면 적절한 법률 및 정책 연구 역시 많은 투자가 되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새 시대에 입법을 하는 국회 역시 AI 전문가가 좀 필요하지 않을까요?
구글에서 개발하고 있는 자율주행 자동차. 이미 캘리포니아 주는 이에 대해 새로운 법률을 제정하였습니다
제가 소개한 4 가지 직종 말고도 더 많은 직업들이 생겨날 것입니다. 기존의 직업 역시 AI로 인해 일하는 방식이 많이 변화할 것입니다. 지금은 상상하지도 못하는 방향으로 우리가 사는 시대는 빠르게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과거보다 변화의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진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기술 발전이라는 것은 원래 가속도가 붙기 마련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부모 세대의 직업 상식을 아이에게 강요하는 것은 오히려 아이의 미래에 해로울 수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을 변화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어른으로 키우도록 해야 합니다.
이러한 목표를 가지고 이 시대의 많은 학부모 님들을 위해 우리 가족은 <AI 시대 우리 아이 교육은>을 쓰기 했습니다. 지금까지 저희의 경험과 생각이 여러분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마지막으로 연재를 마무리합니다!
**이 매거진은 브런치 작가 pj의 가족들이 함께 발행하는 가족 프로젝트입니다. 화자는 pj의 어머니로, 가족들이 경험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글을 풀어낼 예정입니다.